[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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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3:00

   숙희가 화원의 안채에서 기거하며 직장생활 하는지 그럭저럭 벌써 일년이 넘는데.
운진의 그녀를 대하는 거리띄움은 변함이 없다.
그의 그런 점이 그녀로서는 늘 편안함으로 다가오지만 그가 주말 같은 때에 어디 볼 일이 있다고 같이 안 있어주면 불안해진다. 
혹 다른 여자와 만나나 하는 상상만 하면 그녀는 겁이 난다. 왜.
만일 다른 여자와 견주어서 집안 배경을 따진다면 숙희는 백이면 백 밀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희모가 네 년의 출생의 비밀을 아느냐고 욕만 퍼부었지 정작 자세한 내용을 들려주지 않았고, 부친도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마음만 아플 뿐이다.
그녀가 혹시나 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운진은 '알고 있는가' 이다.
공희모가 무슨 험담을 퍼부었길래 그의 모친이 무조건 아들더러 헤어지라 하는 건지.
   드디어 수요일.
숙희는 아침 뉴스를 틀어놓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매장으로 달려 나갔다.
운진도 매장에 설치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숙희는 저도 모르게 운진 곁에 바짝 붙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저거 숙희씨 회사네요."
   "응."
   "저 남자가 누구요?" 운진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보쓰."
   "숙희씨 보쓰가 뭘 어쨌길래 연행됩니까?"
   "리크(leak)."
운진이 숙희의 가까이 있는 얼굴을 들여다 봤다. "지가 공을 가로채려다가 걸리는 겁니까?"
   "몰라. 알고 싶지도 않어." 숙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뉴스 화면은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운진이 움직이려는데, 숙희가 계속 달라붙었다.
   "회사에 전화해 봐요."
   "그랬다가 나도 어떻게 되면."
   "숙희씨야 그 서류들 넘겨주고 집에 내내 있었잖아요."
   "그래도 저 보쓰가 나를 지목해서 내가 서류를 작성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지금 말썽난, 리크가 숙희씨에게서가 아닌데 뭘 시비하겠어요."
숙희는 고장난 로보트처럼 걸었다.

   그녀는 운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회사에다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찾은 사람은 뉴스에 나왔던 보쓰 그 위의 또 다른 보쓰였다.
   "쑤!" 그가 다짜고짜 소리부터 질렀다.
   "I saw the news. What's going on? (뉴스를 봤어요. 무슨 일이예요?)"
   [누가 그의 사무실에 침투해서 서류를 훔쳐다가 쓰레기장에다 폐기하려 했는데, 멀쩡한 밬스를 쓰레기통 속에다 던지는 것을 수상히 본 파킹장 청소자가 경찰에 신고했소.]
   "어..."
   [그리고 그의 사무실의 크리덴자가 안 잠겨져 있었고.]
   "어..."
   "You coming back to work? (다시 일을 나올 예정이요?)"
   "웬?"
   "투머로."
   "오케이."
숙희는 너무 긴장해서 목이 다 아프다.
그녀는 통화 내용을 운진에게 말했다.
   "어디 가나 그 인사이드 잡..." 운진이 어이없는 뜻의 도리질을 했다.
   "나... 일 나가도 괜찮을까, 운진씨?"
   "만일 이상한 말 나오면 지체 말고 나한테 연락해요."
   "만일 운진씨가 달려오기 전에 경찰이 날 데려가면?"
   "그럼, 지금 통화한 보쓰란 자식을 갈겨야죠!"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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