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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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2:56

   숙희는 저녁 초대 받아간 집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못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를 대하던 그들의 눈초리를 못 느낄 리 없었다.
특히 그 집의 큰딸로 보이는 이의 눈돌림이, 뭐랄까, 굉장히 노골적이고 저돌적이었다. 그리고 운진이 숙희를 약혼녀라고 칭했을 때 몹시 당혹해 하던 그들의 반응.
그렇다면. 
운진에게는 전에 키가 좀 작고 예쁘장한 여인이 있었고. 
이번에 저녁 초대 받아서 간 집의 딸을 놓고. 
그리고 숙희를 가담시켜서 만일 운진더러 세 여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집안이 가장 제대로 갖춰진 쪽을 고르지 않겠는지.
앞의 여자는 그녀의 집에 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그러나 몇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몸가짐이나 남을 대하는 태도 등이 막 굴러먹는 집안은 아닌 것 같았다.
또 한 여자는 부친이 그래도 장로인 집안. 그리고 그들이 사는 집도 무척 괜찮다.
이날 운진은 숙희를 화원에 내려주고 바로 떠났다.
   제대로 된 집안을 따진다면 숙희는 할 말이 없다.
그녀의 부친은 동란 후 소위 군대 말뚝 박은 갑종 출신으로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중령으로 끝나면서 품행이나 질이 몹시 좋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특히 한씨는 어쩌다 연줄이 닿아 근속했던 육본 인사장교로 있으면서 소위 바람둥이였다. 그리고 한씨는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 때려잡기로 글을 반 깨우친 무학이다.
그래서 그는 입만 열면 군대출신이라는 가면으로 쌍스러운 말만 나온다.

   이튿날.
매장은 새벽부터 일하는 사람들로 소란했다.
숙희는 아침 일찍 출근 준비를 하며 보쓰가 지금쯤은 나와 있을래나 하고 시계와 씨름했다.
그녀는 떠나기 직전 여덟시 반쯤에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Not yet. (아직 아니요.)" 
   채프먼의 대답이었다. [걱정마시요. 봉급은 나가니까.]
   "What's going on?... (무슨 일이죠?)"
   [아마 법정 투쟁으로 번지는 모양이요.]
   "와우!"
   "으흠?"
   "와우..."
   [그 동안 아무도 발견 못한 눈속임을 쑤가 찾았잖소. 게다가 액수도 만만치 않고.]
   [차라리 나를 다른 일로 옮겨주면...]
   "노!"
   "노?"
   [새로 취임할 씨이오가 반드시 쑤를 그 회사전담 분석가로 원하니까.]
숙희는 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있다가 매장으로 나갔다.
매장은 수 많은 일꾼들이 무얼 이리저리 옮기느라 부산했다.
밖에는 대형 추렠터 추레일러가 뒷문을 열고 있는데 울긋불긋한 것들을 한가득 실은 채 서 있다.
숙희는 출근 준비를 마쳤으니 자연 정장 차림이다.
그러한 여인이 매장을 서성거리니 일꾼들이 죄다 쳐다봤다.
   운진은 뒷뜰에서 다른 일꾼들과 일에 대해 상의하다가 누가 지나가며 일러준 바람에 매장으로 와서 숙희를 마주했다. "오늘도 출근하지 말랍니까?"
   "일이 크대."
   "그래요. 오죽하면 금광을 쳤다고 말했겠어요."
   "무슨 일일까..."
   "숙희씨 하는 일이... 원래 그런 걸 파헤치고 합니까?"
   "우린 그냥 기업체들의 문젯점이나 전망 같은 것을 분석하지. 애널리스트니까..."
   "그 회사의 문젯점을 숙희씨가 직통으로 분석했나 보죠."
   "부녀가 콜트(court)까지 가는 것 같대."
   "지저분한 인간들!" 
   "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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