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회사에 출근해서야 벌어진 일이 뉴스에서와 다름을 알았다.
어떤 침입자가 서류를 훔쳐 내다가 버리려 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었다. 상부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말이 나갔는데.
실제로는 그 서류들이 이글 파이넨싱으로 전량 반송되던 도중 증발했다고.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반송되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나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숙희는 한층 더 높은 보쓰의 부름을 받고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그녀는 몇몇의 더 높은 이들에게 왜 갑작스런 유급 휴가를 받았나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그들은 현재 입건되어 있는 자에 의해 구두로 지시받았다는 그녀의 말을 일단 받아들였다.
그들이 그녀에게서 알고자 하는 것은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였다.
"I don't remember anything. I only worked on numbers. (나는 아무 것도 기억 못해요. 나는 단지 숫자에만 작업했을 뿐이예요.)"
숙희는 실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골머리를 썩히던 작업이 아주 우연한 시선에 교묘한 숫자 장난을 발견해서 보쓰에게 넘긴 것은 부정 못 할 사실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내가 그만두기를 원하면 그러죠.]
"..."
"..."
어떤 이가 침묵을 깼다. "Do you want to? (그러길 원하오?)"
[나의 피앙세는 내가 남 캐롤라이나에 출장 갔을 때부터 좋지 않은 작업 같다고, 나를 직접 데릴러 왔던 적도 있었고. 우선적으로 나의 피앙세가 자꾸 그만 두라고 합니다.]
숙희는 그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How do we contact you?... In case. (당신을 어떻게 연락합니까? 만일의 경우.)"
누가 그녀의 등 뒤에다 말했다. [설마 빠른 시일 내에 다른 데 취직하지는 않겠죠?]
"Who knows... I need a job. (누가 알아요. 나는 일이 필요해요.)"
숙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화원 매장의 전화 번호를 적어서 넘겼다.
화원으로 가자마자 운진씨한테 말하고.
만일 이들이 전화를 해서 운진씨가 받으면 알아서 말해 주겠지...
"그쪽 부녀 간에 싸움이 지저분한가 보죠."
운진이 숙희의 말을 듣고 한 말이다.
숙희는 평복으로 갈아 입고 매장으로 나왔다.
운서가 숙희에게 금전등록기 사용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회사에서의 전화 연락은 그 날 당장 오후에 왔다.
마침 운진이 매장 전화기에 응답을 했고.
그는 간단히 노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날 저녁 여섯시 경에 이글 본사에서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그것 역시 운진이 응답했는데.
그가 그녀와 의논하고 연락한다 하고 끊었다.
"세간의 관심을 끌려고 분실 소동을 벌였다네요?"
"에에?"
숙희의 어처구니없어 하는 반응에 운진이 고개를 저었다. "애꿎은 사람 하나만 병신 됐네."
"근데..."
숙희는 이제 그에게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 "어쩌면 이글 파이넨싱에서 날 도와주려고..."
"..."
"내 보쓰 그 사람이 출장 갔을 때... 남들 눈에 띌 정도로 나한테 지나쳤었어. 뭐, 신체적으로나, 아닌 말로, 성적으로 어떻게 지나쳤던 게 아니라... 운진씨가 지적... 밑의 직원이 일을 잘 하면 상사한테도 좋게 돌아가고, 겸사겸사 좋은 거라고 했는데."
"..."
"이번 분석 작업의 공을 저 혼자 차지하려고 날 따돌리니까, 아마 이글에서 직접 그를..."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내가 본 채프먼인가 하는 자 인상이... 그런 짓 할 수준이 아닌 것 같던데."
"그럼, 지금 벌어지는 일이 다아 거짓말이라고?"
"정 그러면 다 그만 두시던지." 운진이 약간 신경질적으로 결론을 맺어주었다.
"뭐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