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운진은 혼자 예전 교회에 나갔다.
그는 어떤 속셈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속셈이 맞아 떨어지려고 하는지 최 장로의 식사초대를 또 받았다.
그런데 최 장로네 집으로 운진의 부친이 왔다. "그 여자애를 아예 약혼녀라고 소개하고 다니니?"
"어, 녜..."
"그럼... 다... 그런 사이야?"
"어, 녜..."
"늬 누나 말대로 화원에 살림 차렸어?"
"어, 녜..."
"그럼, 뭐... 여기 장로님 댁하고는 말을 더 잇지 말아야지."
"녜."
"너는 무슨 생각으로 초대 한다고 온 거니?"
"혹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구요."
"너 그 여자애랑 헤어지냐?"
"메이비."
"살다 보니까, 아냐?"
"밖에 딴 남자가 있나 봐요. 가려고 하는 거 보니까."
"그럼, 뭐."
부자지간의 그런 대화를 제 삼자인 최 장로가 열심히 듣고 있다.
그 자리에서 최영란의 남자의 배경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소문처럼 영주권 때문에 호적만 합친 게 아니라 한국에서 살림도 차렸었는데.
미국에 들어오니 영 사람 구실을 못하고 여자한테 얹혀 살려하고.
그래서 딸과 한데 묶어서 버지니아로 쫓아 보냈다고.
운진은 서로 상처 있는 사람끼리 잘 해 보자고, 영란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두 부친이 굳게 악수했다.
운진은 화원으로 돌아오며 숙희가 먼저 운을 떼면 바로 동의하리라고 다짐한 상태이다.
좋은 남자 찾아 가시요. 나도 나한테 맞을 만한 여자 찾겠소.
어차피 여기는 임시 아니요?
그런데 운진은 뭘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고, 화원으로 돌아오는 길을 큰 길에서 곧장 빠지지않고 저도 모르게 사거리를 놓쳐서 멀리 가다가 과수원으로 해서 그러니까 동네의 더 안쪽에서 화원으로 거꾸로 나오는 것처럼 해서 택하게 되었는데.
그는 비싸 보이는 비엠더블유 세단이 이제 마악 순이 자라기 시작하는 옥수수밭 가장자리에 정차하여 좁은 길을 막은 것을 보았다.
고장난 찬가?
그런데 아직 과수원은 열지도 않았는데.
그는 추렄을 조심히 몰고 그 비엠더블유를 지나치다가 아주 우연히 운전석과 옆좌석을 봤다.
운전석에는 정장 차림의 백인 남자가 옆을 보며 얘기하는 모습이 있고.
옆좌석은 그 차 지붕에 가려져서 어떤 여인의 목 잘린 상반신이 보였는데.
큰 체격에 풍만한 유방이 딱 숙희였다.
저기 타고 있네?
운진은 그 여인의 옷이 그리고 앞가슴 생김새가 눈에 무척 익었다. 뭐 이런 데 숨어서 만나나.
그리고 그가 지나가며 언뜻 봤는데 남자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만지고 있었다.
운진은 추렄의 속력을 올려서는...
화원으로 들어가지않고 큰 길로 빠져서는...
집으로 곧장 갔다.
운진은 집에 와서 이상하게 맘이 홀가분해져갔다.
그의 모친이 남편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아들이 집에 와서 반기는 기색인지 그랬다.
운서는 남동생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부엌의 전화기를 보다가 아파트로 간다며 떠났다.
그 날.
운진이가 가 있는 부모네 집의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운진도 화원으로 전화를 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