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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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3:19

   숙희는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새볔녘에 잠이 살포시 들었는데.
누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운서가 아예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다.
   "어머. 언니."
   숙희는 부시시 일어나 앉아 머리를 매만졌다. "무슨 일이라도..."
   "운진이랑 무슨 일 있었어?"
   "네?"
   "운진이랑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구."
   "잘 모르겠는데요."
   숙희는 그렇잖아도 전날 하워드의 차에 타고 있다가 옆으로 지나가는 운진의 추렄을 보고 얘기를 해야 한다며 하워드더러 차를 움직이라고 해서 화원으로 돌아왔는데 아예 그냥 가 버린 그와 아침에 만나면 얘기를 할 참이었다. "왜요?"
   "내 동생... 운진이 화원 오늘로 닫는대."
   "네? 왜요?" 
   "몰라. 몇십만불어치 물건 해 들여놓고는 갑자기 할 필요가 없어졌다나."
   "네?" 
   숙희의 당황하는 시선이 벽에 날아가서 멎었다. 하워드의 차에 타고 있던 것을 본 게 오해라고 하면 통할 리가 없나.
   "그 뿐만 아니라, 이 건물 오늘로 복덕방에 말해서 내놓는대."
   "네?"
운서가 침대 모서리에서 일어섰다.
숙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아빠네로 도로 들어간다 했더니 노라고 한 사람이...
   하워드를 만난 것이 잘못인가.
   일 때문에 연락해서 온 건데.
숙희는 운진의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처사에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자기를 두고 불륜이라도 저질렀어, 뭘 했어.
   "우리 운진이는 자기가 온 정성으로 대하던 상대가 변심하거나 배반하면 이번 일처럼 돌변한다고, 내가 전에 비슷히 말 안 했어?"
   "..."
   "캐롤라이난가 어딘가 출장인가 뭔가 가서는 숙희가 불안하다고 한 그 말 한 마디에 우리 운진이는 하루 종일 일하고도 그 날 밤으로 추렄 몰고 거기까지 달려간 애야."
운서의 평소처럼 차근차근한 말이 숙희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지금, 운진씨, 어디 있어요?"
   "여기 없어."
   "네?"
   "추렄 몰고 나가버렸어."
   "지금 몇시지..."
숙희는 방 안의 벽시계를 보고 속으로 놀랬다. 열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면 안 돼?"
   "그냥... 오핸데..."
   "말 나온 김에 내가 다 말할께."
   "네." 숙희는 속으로 긴장했다.
   "어제...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몰라도. 운진이 최 장로님네 집에 혼자 초대 받아 가서 그 집 큰딸. 숙희도 알지. 교회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하는."
   "네."
   "그 딸하고 정식 인사했대."
   "..."
   "울 아버지가 거기 가 계셨다가 다 보시고, 운진이랑도 얘기 하셨대. 둘이 끝난 거야?"
   "아... 모... 그게 아닌데."
   숙희는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어찌 못 했다. "운진씨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돼요?" 
운서가 방안을 들러봤다. "여기서 혼자?"
   "언니도 안 오세요?"
   "화원 닫아버리면 내가 올 이유가 없잖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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