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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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9. 10:17

   운진과 숙희는 화원 안채에서 마주 앉아 술을 한다.
운서가 만들어 주고 간 두부찌게를 안주 삼아 둘은 소주를 나눈다.
숙희는 알코홀 기운 없이 운진과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술을 한다.
운진은 숙희를 다시 받아들이면서 술로써 머리를 씻으려 한다.
숙희는 운진에게 두 군데의 제의를 소상히 들려주었다.
운진의 대답은 간단했다.
   두 군데 다 마땅치 않네요 라고.
   "그럼, 나 일하지 말면... 어떻게 살라고."
   "그냥, 여기 있으면서, 몸도 마음도 쉬어요."
   "쉴만큼 쉬었는데..."
   "여기 회사에 복직하되, 전근은 안 한다고 해보죠."
   "오..."
   "거기서 다시 오라는 게, 꼭 이글의 딸 회장의 요청 때문일 뿐, 그 외 숙희씨를 쓸 생각이 없는 거면 그거 불안해서 어떻게 일하겠어요?"
   "왜?"
   "만일 아이에프티씨와 이글과 틀어지면 숙희씨는 자동적으로 해고되는 거잖아요. 그 동안 쟤네들은 커미쎤만 가로채는 거고. 그런 일이 벌어져도 자리를 보장한다는..."
   "그걸 전제로 해 보라구?"
   "그렇게 나가면 쟤네들의 본심이 나오죠."
   "그렇겠네."
숙희는 하워드에 대한 언급은 영원히 끝이라고 다짐한다. 
그가 전화 연락을 기다리겠지만 숙희쪽에서 안 하면 그만이길 바란다.
숙희는 운진의 눈길이 전처럼 부드러워진 것을 보았다.
   "지난 한달 동안 어디 가서 누구랑 있었는데?"
숙희의 그 질문에 운진이 뒤로 피하는 시늉을 했다. "내 그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지."
   "여자랑 있었어?"
   "발꼬랑내 나는 남자랑 있었소." 
숙희의 눈이 저도 모르게 운진의 하반신을 훑었다. "뭐 자국이 나야 알아보지."
운진이 이번에는 히히히거리며 웃었다.
   "나중에 발각되면 가만 안 놔둘 거야!"
   "그런 걱정 마시요. 특히 숙희씨에게는 다른 걸로는 몰라도 여자 문제로는 절대 속썩이지 않을 테니 행여 이상한 추측이나 상상은 금물."
   "그래... 나, 여자로 문제 나면... 죽어버릴 거야."
운진은 속으로 또 한씨를 욕했다.

   아이에프티씨에서 숙희에게 전화 연락이 왔다.
   [나의 피앙세가 남 캐롤라이나 주로의 전근은 안 된대요.]
   숙희는 운진의 말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다. [메릴랜드에 자리가 없으면 없던 일로 하고 다른 데를 알아보겠어요.]
거기서 다시 연락한다 하고 통화가 끊겼다.
   운진씨 말이 맞나보네...
숙희는 혼동에서 벗어나려고 머리를 문자적으로 세차게 털었다. '세상이 다 그런 거야?'
   얌체들만 사는 세상이야? 남을 이용만 해 먹는?
숙희는 매장으로 운진을 만나러 나갔다.
운진은 매장 전화기에 대고 악을 악을 쓰고 있었다.
운서가 숙희를 보고는 잠깐만 오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운진의 입에서는 나오느니 에프자 욕이 섞인 단어들이다.
숙희는 대충 듣고 아직 해결 안 난 펜실배니아 농원과의 말다툼임을 알았다.
그가 화원을 비운 사이 그녀가 운서와 의논한답시고 주문했던 꽃들 중에 못 팔게 온 것들이 제법 많았어서 폐기한 물량이 꽤 되었다.
결국 운진의 입에서 거래를 끊겠다는 통고가 나갔다.
그가 수화기를 내동댕이치려다가 숙희를 보고는 얌전히 놓았다.
숙희는 그 덩치를 그녀보다 한참 작은 운서 뒤에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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