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아이에프티씨에서도 하워드에게서도 아무 연락없음에 답답하면서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운서언니를 따라 화원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숙희의 눈에 차차 들어오는 무엇이 있다.
경비절감의 아이디어.
숙희는 습관적으로 어디로 쓸데없는 돈이 새어나가는가 연구했다. 인건비 절감...
그런데 어느 날 낮에 하워드가 화원에 나타났다.
숙희는 매장 안에서 이른 이스터 치장을 하는 운서언니를 도우는데.
밖에서 운진이 하워드를 먼저 만났다.
하워드가 운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미스터, 하워드, 마이클스..."
운진의 첫말부터 곱지 않았다. "What can I do you for? (당신에게 왜 뭘 해야 하지?)"
그가 한 말은 what can I do for you 즉 뭘 도와드릴까요의 서비스적 자세가 아니었다.
내가 당신같은 사람에게 왜 뭘 해야 하지 하는 일종의 깔봄 내지는 심하면 인종적 차원으로도 갈 수 있는 비꼼이었다.
[쑤를 만나러 왔소.] 하워드는 자존심도 안 상했는지 대답했다.
[일 때문에?]
[그렇소.]
"Wait here. (여기서 기다리시요.)"
운진은 하워드를 밖에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숙희는 운진의 손짓에서 누가 밖에 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그에게로 부지런히 다가갔다. "누군데?"
"하워드 마이클스." 운진은 명함을 내밀었다.
"응?'
숙희는 허걱 소리가 안 나갔다. "전화 안 하면, 그만이지..."
"밖에서 기다리니까 나가서 얘기해요."
"싫어! 안 나갈래."
"그럼, 내가 나가서 말해요?"
"안 나가면 기다리다 가겠지."
"오랄 땐 언제고..."
"이젠 운진씨 마음 알았으니까, 안 해." 숙희는 명함 쥔 운진의 손을 밀었다.
"오..."
그래서 운진이 밖으로 나갔는데 하워드는 가버렸는지 안 보였다.
운진은 둘 사이의 관계를 잠시 생각하다가 털어버렸다.
그는 하워드가 건넨 명함을 들여다봤다.
해 그림이 그려진 로고에다 그의 직책이 론 컨설턴트(Loan Consultant)였다.
'이 새끼 사기 아냐? 끽 해야 개인 융자 회사 차려놓고는 무슨 장래가 좋은 은행이라고!'
운진은 명함을 찢으려다가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수키는 밖에다 헛점을 많이 보이고 다니나...'
그의 약간의 불쾌감은 안에서 내다보는 숙희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사라졌다.
숙희는 하워드가 가버리고 없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문을 나섰다.
"그냥 좋게 보내지, 안 좋게 해서 보냈어?"
"벌써 가버리고 없습디다."
"알았나부지, 뭐."
숙희는 운진의 안색을 살폈다. "화 났어?"
"아뇨."
"또 찾아올 줄은 몰랐네."
운진은 명함이 어디로 날아갔나 하는 척 둘러봤다. "무슨 융자... 회삽디다."
"나더러는 무슨 은행이라더니."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는 별의 별 거짓말을 다 해요."
"진짜루?"
"녜! 그러니 조심해요."
"운진씬 나한테 무슨 거짓말 했는데?"
"내가 숙희씰 꼬셨어요?"
"아, 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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