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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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4. 09:36

   운진은 사촌동생을 볼 일이 있다고 따돌렸다.
그리고 그는 영진이 기다리고 있을 어느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날씨는 9월 들어 그 새 며칠 지났다고 조금 선선했다.
운진은 추렄 유리들을 내리고 달렸다.

   영진이 악보를 들여다 보며 비음으로 음을 대충 해 보는 척 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악보를 운진에게 도로 내밀었다. 
그녀가 생선 튀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음료수를 대롱으로 빠는데.
운진의 눈에 그 모습이 참 귀엽게 보였다.
영진은 얼른 보면 얄상하게 보이는데, 자주 보고 가까이서 보니 오목조목 예쁘다. 
그녀는 몸매가 소위 글래머 타입은 아닌데. 아니. 
아담하고 작은 체구인데,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올만큼 나왔다.
   "장로 교횐데 그런 걸 해요?"
   "모르죠, 나는. 교회라고는 처음이라."
   운진은 치즈버거를 이미 마친 뒤라 음료수 대롱만 빤다. "계절마다 하는 건지."
   "근데, 미스타 오한테 악보를 왜 줘요?"
운진은 대답 대신 영진의 팔뚝을 살펴봤다.
영진이 제 팔을 문지르는 척 했다. "어우. 되게 아팠어요."
   "그래도 빨리 벗겨지고 빨리 아무는 체질인가 보죠?"
   "호호. 로숀으로 떡칠 했어요. 뭐라 하실까 봐."
운진은 그냥 흐 웃어주고 말았다.
   "참. 기타 빌려 드려요?"
   "녜?" 운진은 영진이란 여성에게 졌다고 생각했다.
영진이 음식을 부지런히 마치고 음료수도 부지런히 비웠다.
   그래서 운진은 영진네 집으로 가서 기타로 악보를 맞춰봤다. 우선 맞든 틀리든 음의 흐름을 간파해 보고 오선 위에 표시된 기타 코드를 잡아가며 곡의 테마를 느껴보는데.
   "어? 오랫만이요?" 수영이 방에서 나타났다.
   "안녕하쇼?"
운진은 그가 전보다 수척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미국 센 박하담배 피우나? 독하던데.
수영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곧 소리로 미루어 얼음물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 담배 피우면 목이 타니까, 찬 것만 찾지.
   그러다 보니 입맛이 없고... 
운진은 영진의 반응을 가만히 봤다. 오빠니까 뭐 하는지 잘 알텐데...
수영이 입 언저리를 손등으로 문지르며 둘이 있는 데로 나왔다. 
   "방에서 아까 들어보니까, 무슨 교회 음악 같던데. 작곡한 거요?"
   "흐흐흐! 작곡씩이나."
   "응! 미스타 오, 작곡한 거야." 
운진과 영진이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알고보니 골수분자시구만?"
   "하하하!"
   "미스타 오, 성가대에 있대."
   "보기하고 다르네? 체!" 수영이 김샜다고 혀를 찼다.
운진은 영진이란 여성이 보면 볼수록 사귀면 사귈수록 슬슬 탐나는 여자라는 생각에 젖는다. 
그녀는 말을 살살 하다가 가끔씩 엉뚱한 발상의 말도 던지는데, 미련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총명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어려운 말 같은 것을 엉뚱한 비유를 던짐으로써 역으로 풀어본다든지. 
특히 진희와 어울리는 때면, 더욱 그렇다.
영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떤 비유를 탁 던지면, 진희는 갈팡질팡한다.
운진이 알아 듣고 빙그레 웃으면, 영진이 운진의 무릎을 때리면서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진희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곤 했다.
운진은 눈으로는 옷 입은 영진을 보지만 속으로는 옷 벗은 진희를 본다.
   지니가 요즘 뭔가에 삐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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