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렬
본당에 한가득 모인 교인들이 경건한 자세로 머리들을 숙였다.
과앙~
웅장한 올갠 소리가 첫 음을 잡았다.
주는 성전에 계시오니
온 땅은 잠잠하라~
성가대에서 우렁찬 기도송이 본당을 가득 메운다.
특히 남성 베이스 파트들의 저음이 감명적으로 들려온다.
주 앞에 잠잠해
주 앞에 잠잠해
성가대 지휘자가 신이 나서 고개를 연신 끄떡인다.
성가대의 베이스 파트가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기도송은 전주와 전혀 달리 우렁찼고.
교인들은 벌써 은혜스러운 조짐에 미소가 한가득씩.
교인들이 웅성거리며 성가대를 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키가 크고 풍채 좋은 목사가 강단에 올라섰다.
"오늘 성가대가 유달리 은혜스럽죠?"
짝짝짝짝!
본당 한가득 박수 소리가 가득 찼다.
지휘자가 돌아서서 구십도 인사를 했다.
"우리 지휘자께서 보배 하나를 찾아내셨습니다."
목사가 뒤에 줄 맞춰 선 성가대를 돌아다 봤다. "베이스에 새로운 성원이 들어왔다는데, 음성도 바리톤으로 아주 좋고?... 게다가 음정도 아주 정확하게 낸다고 합니다."
목사가 그게 누군지 찾아내려고 하다가 구분 못하고 말았다. "오늘 우리 성도님들 한 분 한 분, 은혜 충만한 가운데 귀가하시길 간절히 원합니다?"
장내에 아~멘 유니송이 가득 찼다.
목사의 설교가 진행되는 동안 성가대는 지휘자의 신호에 의해 착석했다.
병선이의 머리가 자꾸 숙여졌다.
멀리서 보면 조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 그는 웃음을 참느라 그러는 것이다.
남자대원들에서 앞줄에 앉은 황성렬이 자꾸 뒤를 봤다.
그는 청년회 회장이며 성가대 총무라서 아마 병선을 뭐라 하려는 모양이다.
병선의 인상이 갑자기 험상궂어졌다. 저 새끼가, 시발...
옆에 앉은 운진의 팔꿈치가 병선을 툭 건드렸다.
좀 전에 목사가 뒤돌아 보고 두리번거렸을 때, 운진은 병선의 뒤에 숨어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시치미를 떼고 점잖게 앉아있다. 그래서 병선은 웃었던 것이다.
목사의 설교 끝에 하는 기도가 본당에 번지고.
지휘자가 성가대원들을 모두 일으켰다.
아멘! 아멘! 아아아아~메엔~
세번 기도송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특히 베이스의 제일 낮은 파트가 마치 물결치듯 소프라노와 멋진 화음을 만들어 냈다.
이번엔 여자 대원들이 뒤를 흘끔거렸다.
운진은 시치미 떼고 자리에 앉다가 어떤 눈동자가 보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올갠 반주자.
진희가 완전 감동받아서 운진을 넋 나간 이처럼 보는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운진은 자꾸 뭐가 연상되어 진희를 미운 눈으로 보게 된다. 미쓰 킴 하고 어울릴 때마다 나를 떨어지게 하려고 말도 교묘하게 만들어서 하고.
운진은 우우 모여 성가대실로 가는 속에 끼어서 진희와 거리를 띄었다.
"어, 미스타 오!" 뒤에서 누가 크게 불렀다.
병선이 사촌형을 가로 막았다. "성!"
운진은 사촌동생에게 눈을 부라리다가 돌아섰다. "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