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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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4. 09:37

   운진이 수영과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고 그 집을 나서는데, 마침 그녀의 부모가 도착했다.
운진은 무조건 구십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왜 왔어!" 
   "가는 건가?" 
그 집 어른과 안주인이 동시에 말했다.
   "녜!" 운진은 그 부부에게서 뭔가 가시돋힌 말투들을 느꼈다.
순간, 영진과 헤어져야 하는 그림이 눈 앞에 떠올랐다.
   "아부지. 나 만나러 왔어요. 왜 그러세요?" 수영이 신경질을 냈다.
영진이 제 오빠를 가만히 봤다.
   "언제부터 니 친구야!" 
   부친이란 이가 여전히 쏘아부친다. "그 기타는 왜 들고 있어!"
운진은 반사적으로 손에 든 기타를 수영에게 내밀었다.
수영이 가져가라고 도로 밀었다.
영진도 가져가라고 손짓을 했다.
운진은 영진에게 기타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 그는 인사를 한번 더 꾸뻑 했다.
   "들어 가! 들어 가!"
   그 집 바깥 양반이 소리쳤다. "이봐! 문 앞에 소금 뿌려!"
운진은 걷던 걸음이 갑자기 피치카토처럼 되었다.
   씨발!
운진은 돌아보지 말라고 자신을 꾸짖었다. 소금은 댁이나 실컷 처드쇼.
운진은 추렄 소리를 일부러 더 내고 그 집 앞을 떠났다.

   운진은 하교 하자마자 삼촌 가게로 달려갔다.
전전날 밖에 내놓은 국화들이 걱정되어서였다.
그가 화원에 도착해서 보니 국화들은 멀쩡했다. 
벌써 몇개 팔렸는지 줄 맞춰놓았던 화분들에 이 빠진 듯 구멍이 났다.
   "운진아. 그거 어떤 꽃 피는 거지?" 그의 삼촌이 묻는 말이다.
   "파신 거는 아마 노랑색일 걸요?"
   "말을 그렇게 하고 걱정하던 참이다."
운진은 주위를 은근슬쩍 둘러봤다.
   오늘도 안 오는 모양인데...
운진은 비닐 앞치마를 착용했다. 그냥 그걸로 끝인 걸까?
   아니면...
   보기 싫으나 마나 집으로 한번 찾아가 봐?
운진은 꽃들에 물을 주면서 어떤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 같았다.
그런 그의 깊은 생각을 누가 깼다.
   "안녕하세요!" 여자의 인사하는 말.
   이건 뭐야!
운진은 생각에서 깨어나며 고개를 돌려서 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그는 마음을 바꿨다. 심부름 왔을 수도 있잖아.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
운진은 물 호스를 간추리는 체 하며 시간을 끌었다.
삼촌이 조카가 누가 찾아온 것을 모르는 줄 알고 일러주려는지 가게에서 나왔다.
운진은 호스 꼭지를 아무 데나 던지듯 놓고 돌아섰다.
그는 찾아온 여인의 팔을 거머잡고 무조건 가게 뒷뜰로 갔다.
   우선 영진이는 칼리지 파크로 가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정신이 없었대요.
   영진이는 지금 미스타 오께서 단단히 오해하셨을 거라고, 걱정이 태산이예요. 
   누가 영진이 부모님한테 미스타 오에 대해 굉장히 나쁘게 소개했대요. 
   영진이가 이번 토요일에 와도 되는지 물어보래요...
진희의 장황한 설명에 대해 운진은 닥치라고 손을 내저었다. 
   "나는 이제 그 여자한테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란다고 전하슈!"
그리고 그는 허물어져 가는 담장에다 진희를 몰아세우고 입술을 빼앗았다.
진희는 놀라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범하게 가슴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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