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가족
운진은 모친으로부터 장로 한 분이 찾는다는 전화에 안 받겠다고 대답했다.
그의 모친이 얘가 대낮부터 잠이 깊이 들었나 본데요 하고 끊었다.
병선이 자꾸 사촌형의 눈치를 봤다.
그의 부친이 귀가해서는 아들에게 이런 이런 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니 누나가 너 때문에 챙피해서 성가대 그만 둔댄다."
"왜. 무슨 일인데요." 그의 모친이 물었다.
그의 부친이 아내를 흘낏 눈치를 봤다. "몰라."
병선이 사촌형의 무릎을 슬쩍 건드렸다.
운진은 눈만 돌려서 사촌동생을 봤다.
병선이 손을 살짝 움직여서 한잔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나갑시다, 성...
돈 없어...
운진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고 손을 내저었다. 안 해...
나가요, 성. 병선이 사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소파에서 동시에 일어섰다.
"이 시간에 어딜 나가니?" 그의 모친이 말했다.
그의 부친이 두 머스마를 흘낏 봤다. "뻔하지, 어딜 가겠어."
두 사촌은 일부러 멀리 갔다.
집 동네에서 근 사십분을 운전해서 가는 버지니아 주의 다른 식당으로 갔다.
가는 길에 운진이 머스탱을 운전해 봤다.
차의 속도계는 85까지가 끝인데, 운진은 바닥까지 밟았다.
바늘은 85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달리는지 벌써 십분 째이니 아마 실제 속도는 시속 100마일을 넘었으리라.
운진은 차선도 휙휙 바꿨다.
병선이 제 차를 남이 운전하는데 완전 쫄아서 성 성 하고 안절부절했다.
운진은 버지니아 주에 들어서서 속도를 제대로 줄였다.
버지니아 주는 메릴랜드 주보다 재정이 좋아서 주립 경찰이 더 많고, 하이웨이에도 출몰이 더 잦다고 들어서이다. 그렇잖아도 출구 부근마다 버지니아 주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찾은 식당은 고국의 한 명승지 이름을 따서 지은 곳이었다.
영문으로 '시크릿 가든'이라고 표기한.
그리고 그 곳은 주로 젊은층들이 잘 모인다고 소문났다.
"음식이 좋아야지, 이름만 좋으면 뭐 하냐?"
운진은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둘은 자리를 안내 받자마자 소주하고 빈대떡부터 시켰다.
"밥은 나중에 순두부랑 주세요." 병선이가 척척 시켰다.
술이 나오자 병선이가 마개를 열고는 사촌형의 잔에 가득 부었다.
운진이 병을 받아서 사촌동생의 잔에 가득 부었다.
병선이가 두 손으로 잔을 잡고는 건배를 청했다.
운진은 사촌동생과 건배하고는 주욱 들이켰다.
"여기 쐬주는 싱겁다?"
"그래, 성?"
"물을 타나, 씨발."
"마개를 우리 보는 앞에서 땄는데, 성?"
"이따가 또 시키면 우리가 딴다고 그냥 달라 해."
"알았어, 성."
"나 때문에 너도 성가대 못 나가겠다?"
"내가, 뭐, 나가고 싶어서 나가나, 뭐, 성?"
"참! 나 때문에 우리 삼춘, 이모, 집사 짤리는 거 아냐?"
"오!... 에이, 설마."
"아버지들도 집산데."
"울 엄마한테 물어볼까, 성? 울 엄마가 여전도회 회장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