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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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2

   그 장로교회는 늦게까지 불이 안 꺼지고 있다.
늦게까지 당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목사께서 결국 책상을 내리쳤다.
   "그 가족이 합치면 교회에 내는 헌금이 얼만지 아십니까? 내가 그런 가족을 그깟 애들 시비 벌어진 걸로 잃을 것 같습니까?"
   목사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황장로님은 이번 기회에 그 사시는 근처 교회로 옮기시지요. 여기 먼 데까지 오시느라 주일마다 애 쓰지 마시고."
장로들이 깜짝 놀랐다.
   "이번에 애들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맙시다!"
   아니, 당회장님!
   그건 안됩니다!
   장로님 말씀이 맞습니다. 교회 내에서 폭력은 절대 금물입니다.
   "아니, 목사가 그러자는데 왜 이리 말들이 많아욧!"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아니!...
   허!...
   장로회가 똘똘 뭉쳐서 반대표를 던지면 목사도 쫓겨나야 하는데.
   "성가대 찬양이 형편없으면 우리 성도들에게도 지장이 많아요. 그래서 딴 교회는 하물며 성가대에서 돈 주고 성악가까지 초빙해 오는데."
   목사가 타이르는 말투로 바꿨다. "우리는 재정상 그러지는 못하니까. 그나마 어디 노래 잘 하는 청년들 있으면, 다독거려서라도 찬양하도록 만들어야죠."
성가대장 최 장로가 거수를 했다.
   "네. 성가대장님. 아까부터 잠자코 계시는데. 말씀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당회장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 장로가 일어섰다. "저는 오늘 두 청년회원의 시비를 처음부터 다 지켜본 사람입니다."
장로들이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 자리에는 장로는 아니지만 혹 청년 둘의 싸움에 대해 해명할 순서가 돌아오면 한 마디 하려고 성가대 지휘자도 와 있었다.
   황성렬군은 고음이 안 나옵니다. 위의 미 음이 안 나옵니다. 
그렇다고 가성을 쓸 수도 없고. 가성도 안 나오거니와. 
그리고 황군은 그렇다고 베이스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황군은 아래 미 음도 못 냅니다. 
   오운진군은 성격이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아서 그런데... 
찬양하면서 앞을 보고 하래도 자꾸 고개를 숙입니다. 
그렇지만 오군이 내는 베이스는 마이크 없이도 본당에 다 들릴 정도입니다. 
목사님도 그 오군이 참석한 첫날, 그러셨잖습니까? 
성가대의 찬양이 아주 좋았어서 성도님들 은혜 많이 받고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저는 오늘의 작은 분쟁을 이렇게 봅니다. 평소 나서기를 좋아하지않는 오군이 핑게 김에 성가대에 안 나오려고 황군과 시비가 붙은, 그 누구죠, 장로님...
지휘자의 긴 말을 최 장로가 받았다. "그 두 청년은 서로 사촌간이요."
   오오!
   에이, 그렇다면 사촌형이 동생을 편들어 준 거네, 뭐.
장로들이 목사의 눈치를 보며 얼른얼른 비굴해져 간다.
   "자, 자!"
   목사께서 손을 내저었다. "내가 퇴근하는 즉시 김 집사에게 전화를 할 겁니다."
   오, 참! 김 집사가 아마 삼춘이래지?
   오 집사에게 직접 말하는 게 안 났나? 아버진데.
   그 보다는 이모인 여전도회 회장 전 집사가 더 났지.
성가대장과 지휘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로들은 최 장로와 황 장로처럼 한국에서부터 장로였던 이들이 섞여있지만 어떤 이들는 여기서 어찌 기회를 잘탄 덕에 투표로 뽑힌 장로들이다. 
후자에 들어가는 장로들은 솔직히 다른 교회로 옮겨가면 당장 장로로 임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사팔떼기가 될망정 돌아가는 추세에 거수를 하는 족속들이다.
황 장로는 목사로부터 갈 테면 가라는 멸시를 받고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아들이 게다가 청년회 회장이 바보 같이 많은 눈들 보는 데서 남에게 걷어채여 나가자빠졌다는 것만 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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