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비집고 들어서는 도전
숙희는 아이에프티씨 컨설팅 그뤂의 메릴랜드 지사에 복직되고.
운진은 화원 일로 바빠지기 시작하고.
병선이가 한날 찾아와서 사촌형에게 어떤 소식을 전했다.
그 동안 부모를 찾는 빚쟁이들로부터 피하기 위해 오빠 친구네 집에 숨어있던 영진이가 진희와 간신히 연락이 서로 닿았는데.
"빨리 안 들어오면 여권하고 영주권이 잌스파이어 된대, 성."
사촌동생의 그 말에 운진은 암말 않고 비행기 삯만큼 돈을 주었다.
그런데 운진은 한날 꼭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라는 모친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새삼스레 왜 그러시는지..."
누이의 그 말에 운진은 안 간다고 하려다가 만일 안 가면 또 무슨 트집과 난리가 생길까 해서 숙희에게는 말 않고...
운진은 집에 가서 뭘 알고는 은근히 화가 났지만 참고 아무런 내색을 안 보였다.
언젠가 화원에 삼촌네를 따라 왔었던 어떤 처녀가 집에 와 있는 것이다.
물론 삼촌 내외가 저녁 먹으러 오면서 같이 데리고 온 것이라고.
"너랑은 안면이 있다는데?"
모친의 그 말에 운진은 그저 고개만 주억거렀다.
운진은 다른 계산을 꼽아보고 있다. 숙모네 조카뻘인데, 나랑 결혼할 수 있나?
어쨌든 어른들 앞이라.
그리고 만일 그녀를 무시하고 불경하게 굴었다가 행여 숙희에게 또 화살이 날아갈까봐.
운진은 그녀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가 인사 후 손으로 입으로 가리며 수줍게 웃는데 양 송곳니 덧니가 보였다.
와우! 저게 또 매력 포인트라고 할래나?
운진은 그러나 역겹지는 않았다. 한가지 재주들은 타고 난다니까...
그녀는 인물이야 평범한 한국 여인상이고, 무엇보다도 살림을 잘 할 것 같은, 아니, 살림이 몸에 이미 배인 타입 같은 분위기가 눈에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아닌 말로 노인들이 보면 그녀의 좀 굵은 듯 한 허리며 팡팡해 보이는 둔부의 몸매를 가지고 소위 애들을 열은 쑥쑥 잘 낳겠다 할 그런 타입이었다.
운진은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전혀 부담없이 쳐다봤다.
그 때 그러니까 화원에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 한 때가 일종의 선 보임이었는데.
내가 여태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아예 소개를 하시나 보네...
운진은 이십대의 남자답게 그녀가 빨가벗으면 어떻게 보일까 하고 상상한다.
그녀는 소위 젖이 풍부할 젖통을 가졌고. 소위 반동이 좋을 볼기짝을 가졌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평범한 한국여인 분위기가 그리 거부감이 없다.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한 충동이 있다.
그냥... 저 여자와 확 결혼 해?
저 여자가 아들만 넷을 낳아준다... 그러면, 오씨네 집안이 완전 발칵 뒤집히는데.
아니면, 저 여자를 건드리기만 해서 발칵 뒤집어?
그 여자는 부엌에서 아예 제집처럼 저녁 준비를 한다.
그녀가 그의 모친에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무얼 연신 물어가며 찾아서 음식도 직접 만든다. 그녀의 무얼 비비는 손놀림이 예사스럽지 않아 보였다.
노익장 두 분은 병맥주를 하며 은근슬쩍 운진을 살펴봤다.
운진은 맥주인데 사양했다.
저녁상이 식탁 위에 순식간에 차려졌다.
그런데 그 여인이 운진의 국그릇에다 직접 수저를 넣어서는 맛을 보는 것이었다.
저런 건 결혼한 부부도 잘 안 하는 거잖아?
운진은 주위의 어른들을 살펴 봤다.
남자어른들은 못 봤는지 봤어도 못 본 척하는 건지 보지 않았다.
여자어른들 중 그의 모친은 조그맣게 혀끝을 찼다.
그의 숙모가 조카정화를 보고 조카운진을 보고 했다.
"국 간이 맞나 보려구요." 정화가 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국그릇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