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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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30. 10:46

   "그래서... 저녁만 같이 먹은 거니?"
   운서가 점심을 하며 동생에게 묻는 말이다. "그 처녀가 음식을 다 장만했다매."
   "그랬나 보더라구요..."
   "..." 운서는 동생을 빤히 봤다.
   "저도 얼떨결에..."
   "그래서, 어떡할 건데?" 
남동생과 누이의 말이 한꺼번에 나왔다.
   "집에서 그 처녀랑 결혼하라 하면, 할 거니?"
   "..."
   "그 처녀가 널 먼발치서 한번 보고... 그 후 계속 졸랐댄다."
   "녜에..."
   "그 때... 숙희가 너랑 같이 안 있었어?"
   "녜?" 운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삼촌이랑 숙모가 그 처녀를 데리고 왔었을 때, 너, 숙희랑 뒷뜰에 있었잖아. 개랑..."
   "어... 녜에..."
   "엄마 말이, 그 쪽 집에서는 너만 좋다 하면 당장이라도 식 올리자 한단다. 봄에."
   "엄마는... 그, 정화씨가 맘에 든대요?"
운서가 수저를 탁 놓았다. "엄마가 맘에 들어 하면!"
   "..." 운진도 수저를 놓았다.
   "얘!"
누이가 소리를 탁 질렀고, 남동생은 깜짝 놀랬다. "녜!"
   "넌, 시끄러운 게 싫으니까 집에서 좋다 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그냥 살아주면 되겠지 하는가 본데. 결혼이란 게 그렇게 하는 게 아냐."
   "..." 운진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숙희... 괜찮은 여자야. 여자인 내가 봐도 탐 나. 숙희의 출생이 수수께끼처럼 뭐 어쨌다고 하는가 본데. 모름지기 여자는 그 됨됨이를 잘 봐야 하는 거야. 집에서 엄마 아버지가 숙희를 반대한다고, 그래서 어디서 불쑥 나타난 여자는 좋다 한다고, 까짓거 선심 쓰는 체 하고, 잠잠하게 만들자 하고, 무턱대고 아무 여자와 결혼하니?"
   "..."
   "아니면, 숙희는 지금 현재 갈 데가 없어서 화원에 있는데.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보이니까 니 맘대로 막 휘둘러도 될 것 같아서... 막 선도 보고 그러는 거니?"
   "그런 건 아닙니다."
   "숙희가 알면 어떻게 나올까, 생각은 해 봤어?"
   "숙희씨랑, 저랑은... 아직, 장래를 약속한 그런 사이도 아니구요..."
   "그게 무슨 상관이니?"
   "밖에... 남자가 있는 것 같애요."
   "물어봤어?"
   "물어봐도 돼요?"
   "왜 못 물어봐... 그럼, 그냥, 둘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아닌 말로 셐스가 하고 싶으면 즉흥적으로 하고. 갈려면 가라는, 그런 사이야?"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숙희씨랑은 가끔 술 마시고 키쓰는... 하는 정도." 
   "그럼... 숙희랑은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아니고. 일시 머물 곳이 필요해서 있는 거니?"
   "시작이 그랬죠."
   "그럼, 숙희는 아무 때건 다른 데 자리가 나거나 다른 남자를 만나서 간다 하면 그 날로도 미련없이 갈 수 있는 건가 보네?"
   "첨부터 조건을 그렇게 걸었어요."
   "그럼... 숙희한테 너 선 봤다고 말해도 별 반응이 없겠네?"
   "그건... 저도 모르죠."
   "그럼, 이따가 퇴근해서 오면 말해? 말해 보면 당장 알겠네."
   "아직은, 그냥 잠자코 계셔주세요..."
   "왜?"
   "숙희씨가 아직은, 태도를 나타낼 처지가 아닌 것 같아서요." 
   "새가 품으로 날아들어왔다 해서 포로다 생각하면 곤란하지?"
   "그럼, 날아가라고 쫓아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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