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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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3

   운진이 일 하는 화원의 삼촌은 그의 모친보다 손위 오빠인데, 소위 헌금으로 된 집사이다.
그러나 운진은 교회란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모여서는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재미없다 하며. 
어떤 집단 교인들이 우우 모여서 다른 데로 가면 여기 교회는 죽고 다른 교회가 부흥한다 하며.
   "그나저나 너는 갑자기 웬 교회바람이냐?" 삼촌이 조카에게 물은 말이다.
   "장가 좀 가려구요."
   "오오! 그건 말 된다."

   화 수 목요일 그렇게 영진은 화원으로 안 왔다.
금 토요일 그렇게 영진은 디 씨 거리로도 안 왔다.
그래서 운진은 그녀가 바쁘거나 어쩐 줄로 미뤘다.
그렇다고 그는 피아노 반주자인 진희에게 눈길을 주기는 뭐하다. 
그녀에게 물으면 영진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줄 텐데. 
하지만 진희는 둘이 잔 것까지 영진에게 말하는 것 같다.
   에이, 근데, 영진 그것도 입이 싸!
   나랑 처음 맥주 마셨다면서 그걸 그 새 얘기해서 진희 그게 교회에 쪼르르르 달려오게...
그런데 운진이 다가온 일요일에 교회를 갔더니.
병선이랑 진희가 교회 주차장 한쪽에서 제법 심각한 자세와 표정들로 얘기하고있다.
   성!...
병선이가 진희랑 헤어지며 운진에게 입술로 불렀다. 일 났어, 성.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그 놈의 자식이 남의 집 처녀 딸을 불러내서는 술을 먹였다고. 
   "그 집에서 완전 발칵 뒤집혔대, 성."
   와우!
   "성을 당장 고발해서 잡아 넣는다는 걸 그 집 오빠가 책임지고 접근 못하게 한다고 해서 간신히 막았대나. 진희씨도 인젠 그 미쓰 킴이랑 못 만난대."
   와우!
이 날 운진은 연습 때 소리가 안 나왔다.
그랬다가 본당에 올라가서는 그래도 책임감에 크게 발성했다.
운진은 누이가 주먹을 치켜드는 것에 싹싹 비는 시늉을 했다. "미안해요, 누님!"
   "미국 와서는 그 놈의 승질 죽이라니까 계속 말썽이니?"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께요."
   "쌈 좀 하지 마. 내가 말한 거 잊었어?"
   "녜?"
   "넌 살기가 있기 때문에 아무나 잘못 때리면 골로 간다고 내가 말했잖아."
   "다신 안 그럴께요."
   "내 말 명심해, 얘! 게다가 미국에서는 더 큰일 나."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조심할께요."
   "그래!"
운진이 운서 앞에서 싹싹 비는 모습이 여러 사람의 눈에 띄었다.
성가대장 최 장로가 다가왔다. 
   "오군이 누님에게 꼼짝 못하는 걸 우리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해결하기에 아주 쉽고 간단한 것을."
운서가 동생을 흘겨주고 갔다.
그제서야 운진은 허리를 펴고 최 장로에게 인사했다.
   "누이가 그렇게 무섭나, 오군은?"
   "녜." 
운진은 간단히 대꾸하고 돌아섰다.
   누님이 나 때문에 고초 당한 것은 평생을 두고 못 갚습니다.
   나는 우리 누나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누나를 함부로 이용하려고 들지는 마라!
   왜냐구?
   나는 누나가 하라고 하기 전에는 웬만한 위협이나 요청에 눈 하나 깜짝 안 한단다!
운진은 목사에게 구십도로 인사했다.
그 옆에서 성가대 지휘자가 운진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나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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