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6-6x056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5

   진희는 머스탱에서 내리려다가 병선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쓰러졌다.
   "나 가야 돼!"
   진희가 다시 일어났다. "병선씨는 미스타 오가 형이래매, 왜 날 자꾸 만나재?"
   "사춘형하고 끝났잖아."
   "오늘은 내가 그냥... 그냥 쓸쓸해서 아무나 보고 싶은 생각에 와 본 건데. 솔직히 말하라면, 병선씨는 사촌형이라는 미스타 오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
   "체!"
   "미스타 오는 여태까지 내가 만나 본 세 남자 중, 최고야."
   진희가 병선이 잡아 당긴 바람에 흐트러진 옷을 추수리고 차에서 내려섰다. "담부터는 나 보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마. 오늘 만난 것도 말하지 마."
병선도 따라 내렸다. "너 교회에다 일른다?"
   "일러! 그 교회 반주자 새로 구해야지."
   "어쭈?"
   "누가 와! 일주일에 개스비로 이십불 주는데, 누가 그거 받고 온다대?"
   "어..."
   "그런 거 봐도, 병선씨는 미스타 오만 못해. 미스타 오는 내가 질투 좀 느끼게 만들려고 영진이 팔아서 통빡 굴렸는데, 그냥 딱 한마디로, 야, 까불지 마 이게 하면서 날 벽에다 쳤어. 그리고 날 또 가졌어."
   "우리 성이?"
   "사춘이라도 잘못 알고 있는데?"
   "우리 사촌형이?"
   "그리고도 내가 인사하면 네에 하고 시침떼고 받잖아? 그래야지!"
진희가 제 차를 타고 휭 하니 떠났다.

   영진은 학교에서 정확한 때에 집에 들어선다. 
그녀는 그 시간에 집을 지키는 오빠와도 대화를 안 한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대충 꺼내서 시장끼를 다스리면 방으로 가서 그 때부터 다음날 등교할 때까지 식구들과 상면 조차 않는다.
토요일은 하루 종일 제 방에서 꼼짝도 안한다.
그러다가 일요일에 교회를 그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너 집에서 뭐 하는데?" 그녀의 모친이 악을 썼다.
영진은 그녀 특유의 침착함이라기 보다는 안차빠짐으로 나왔다. "아무 것도 안 하지만, 이제 교회가 싫어졌어요. 저한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네요."
   "그런다고, 너로 하여금 그 작자 만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의 부친이 소리쳤다.
영진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집에서 안 나가고 있겠다고 말씀드렸을텐데요."
그녀의 오빠 수영은 늘 그렇듯 소파에 깊숙히 앉아서는 먼 벽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이 집 부부는 딸에게 차가운 무안을 당하고는 아들에게 눈흘김을 던짐으로써 모면하려 한다.
이 집 부부가 우물쭈물하며 나갔다.
영진이 싹 돌아서서 제 방으로 향하는데.
   "영진아!" 하고, 수영이 불러 세웠다.
영진은 오빠의 부름에도 멈추지않았다. "나 아무하고도 말하기 싫어!"
   "아니이..."
   "오빠도 나한테 신경쓰지 마."
   "그런 게 아니라..."
영진이 제 방문을 열어 잡고 돌아섰다. "뭐, 그럼."
   "미스타 오를 내가 만나볼께, 주소 좀 가르쳐 줘."
   수영이 기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내 딴 거는 못 해도 내 동생을 위해 그런 거는 알아봐 줄 수 있다. 무슨 말을 들었나. 왜 똑같이 꼼짝을 안 하나..."
   "내가 진희한테 말했어."
   "넌 진희를 믿어? 난 진희 안 믿어."
   "말... 했대. 나랑 맥주 마신 거 때문에 아빠 엄마가 그런 걸."
   "니가 미성년자인데, 미스타 오가 맥주를 먹였어?"
   "오빠! 나 스물 넷이야!" 
   영진이 소리침과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 집, 진짜 미치겠어!"

'[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6-8x058  (0) 2024.07.15
6-7x057  (2) 2024.07.15
6-5x055  (0) 2024.07.15
6-4x054  (0) 2024.07.15
6-3x053  (0) 202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