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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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4

   "올해는 일찍 추워질 것 같구나. 그치, 운진아?"
   화원하는 삼촌이 조카에게 하는 말이다. "어떻게 할까. 펜실배니아를 한번 더 다녀오니, 그냥 이대로 올해 국화 장사는 마니."
   "대신, 저기, 책에서 보니까,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포인세타라는 걸 찾던대요."
   "아, 그, 빨갛고 하얀 거..."
   "녜. 그걸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럴까... 그럼, 국화는 그만 사오라니?"
   "국화 여기 남은 거에다가, 한번만 더 들여다가 섞어서 그냥 반값 세일하고... 제가 말씀드린 그거 판다고 미리 써붙이죠."
   "니가 스펠링 알면, 니가 써 붙여라."
   "녜."
그래서 운진이 화원 문 앞에다가 큼지막한 밬스를 펼쳐서 굵은 매짘 마커로 뭘 만들었다.
   국화는 추수감사절 때까지만 취급하고.
   포인세티아 주문을 예약 받는다고.
그리고 삼촌은 조카의 말을 듣고 펜실배니아 주의 농장에다가 전화를 걸었다. 
국화 배달을 주문하고. 
그런 다음 운진은 전화를 받아서 포인세티아 꽃의 시세를 물었다.
   큰 것은 4불선.
   작은 것은 3불선.
   "곱하기 2 하면 되겠네요, 삼춘."
   "어떻게... 정말, 내년부터 니가 맡아서 안 할래?"
   "올 겨울, 생각해보구요, 삼춘."
   "난 이제 그만 할란다."
   "파세요, 그럼..."
   "니가 살래?"
   "저 돈 없어요."
   "니 엄마 돈 있을 거야."
   "엄마는 그 돈 내놓으면 죽는 거나 같아서 꼼짝 안 하실 걸요?"
   "너 하는 벤더는 못 팔아?"
   "라이센스를 해마다 새로 받는데요. 만일 못 받으면 말짱 도루묵이예요."
   "하여튼... 나도 너 아니면 이거 못 하니까. 너 아니면, 난 그냥 치울란다."
   "하여튼 겨울 동안 생각해보자구요, 삼춘."

   "해, 성."
   병선이 그렇게 나왔다. "어차피 그 화원, 성 없으면 닫는대매."
   "그, 뭐... 팔면... 팔겠지, 뭐."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성이 사."
   "내가 돈이 어딨냐, 마!"
   "성이 한다면, 내가 돈 대고."
   "친척끼리는 동업하는 거 아니다. 돈 거래도 안 하고."
   "내가 동업하자거나 무슨 거래하자는 거 아냐, 성."
   "안 해!"
   "내가 무상으로 성한테 빌려줄께. 무담보로."
   "안 해!"
병선은 미국 와서야 비로소 알고 지내는 사촌형이지만 오운진이란 남자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란 걸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지금도 안 해 하고 두번 말한 이상 그 형에게는 안 먹힌다는 걸 잘 안다.
   "그 삼춘은, 그럼, 성 믿고 있다가 성이 인수 안 하면 끝이네?"
   "팔겠지, 뭐. 내가 알 게 뭐냐."
   "그 삼춘두... 그렇게 통빡 굴리지 말고, 그냥 탁 깨놓고 말하지. 죄다... 씨발, 냥!"
   "야! 너 말 조심해."
   "다들 지들만 똑똑하고 남들은 바본줄 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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