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6-7x05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5

   수영은 운전 면허증을 딴 이래 처음으로 길에 나와 본다.
동생 영진이가 외제인 제 차의 사용 요령을 가르쳐 주고 또 가르쳐 주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거기 교회에 갔을 건데.
   어쩌지.
   그 교회를 내가 모르는데.
그래서 수영은 우선 동생이 가르쳐준 대로 화원을 찾아갔다.
화원은 물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닫혔다.
거기서부터 수영은 길을 잃었다.
그래서 다 아는 길 같은 데로 착각하며 정처없이 다니다가 어디 우리 말로 씌여진 어떤 간판을 보고 너무 반가운 김에 들어가서 보니.
무슨 장로 교회였다.
그런데 그 곳은 그 날의 예배가 다 끝났는지 주차장은 잎사귀들만 바람에 날리고.
수영은 차를 잘 세운 다음, 건물로 다가갔다.
마침 문이 안에서부터 열리면서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나왔다.
수영은 구부정한 몸을 숙여서 인사부터 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응, 뭐요, 젊은이. 어디 교회 나가시나?"
   "교회... 때문은 아니구요. 아, 네, 네! 여기 교회에 혹시 오군이라고 나오나요?"
   "오 누구?"
   "오... 운... 진이라고..."
   "오운진?"
두 남자가 서로 마주 봤다. "오씨네가... 누구, 있나?"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는 오씨네라고는 없는 거 같은데." 
   "아, 네. 그럼, 장로교회가 여기 말고 또 어디 있나요?"
   "미국은 장로교회 빼면 시체지?"
두 남자가 그런 농을 하고는 껄껄껄 웃었다. "무슨 장로교회인지만 알면, 우리한테 주소록이 있으니까 가르쳐 줄 수는 있지."
   "근데, 그 교회 이름은... 잘."
   "어디 있는데?"
   "그것도 잘."
   "그럼, 찾기 힘들지."
   "아, 네! 안녕히 계십쇼."
수영은 또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수영은 처음 헤맨 만큼 헤매다가 간신히 집을 찾아갔다.

   그 새 집 안은 그의 부모에 의해 발칵 뒤집혔다.
아들이 동생 차를 몰고 나가서 어떻게 된 줄 알고.
그래서 딸을 통곡하도록 다그쳤다고.
쾅!
기타가 리빙룸 티테이블에서 박살나는 소리였다.
티테이블의 두꺼운 유리가 반으로 금이 짝 갔다.
기타는 프레임에서 반동강나면서 여섯줄이 당기는 힘에 꺾어졌다.
   "이 씨발놈의 집구석은 새끼가 무슨 지들 스트레쓰 해소 장난감이다!"
   수영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소리친다. "우리가 당신네한테 태어난 것도 원통한데, 미국까지 데려와서 이젠 당신네들의 빤찌백 대상이요?"
   나나 영진이나 미국 안 오려고 했는데, 당신네들 빚에 쫓겨서 사기이민 온 거잖아!
   자식들은 몇살이 되건 당신네들 인형이야?
수영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기물을 부수고 집어 던졌다.
그의 부모는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다.
영진은 방에서 내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수영이 바닥에 주저않아 주먹으로 치며 엉엉거리고 울기 시작했다. 
   이 씨발놈의 집구석!
부모란 이들은 아들 눈치를 보며 어질러진 방안을 치웠다.
수영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제 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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