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펜실배니아 농장 그림이 그려진 추렠터 추레일러가 화원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 국화 왔구나 하면서 추렄을 아무 데나 세웠다.
그는 어쩐지 눈에 익은 외제 승용차가 손님들 세우는 자리에 있는 것을 보았다.
설마... 그냥 똑같은 차겠지.
딸이 밖에서 맥주 좀 마셨다고 금족령을 내렸다는데.
운진은 그 차를 보지 않고 농장 추렄을 향했다. 물건부터 보고 받아야 하는데!
그런데 그 외제 차의 운전석쪽 문이 열리면서 운진의 눈에 몹시 익은 하늘색 치마가 보였다.
그는 얼른 달려가서 차 문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영진이 백을 쥐고 차에서 내렸다. "오랫만이예요."
"아, 녜에! 그 동안 잘 지냈어요?"
"아니요."
"잘 안 지냈어요?"
"섭섭했어요."
"아, 녜에!"
운진은 영진더러 저리 가자고 손짓했다.
그런데, 차에서 누가 또 내렸다. "안녕하쇼!"
"오오! 김형!"
운진과 수영은 반갑게 악수했다.
어떡하지. 내 동생이 외출할 때마다 내가 들러리를 서야 하네.
물론 사실은 아니다. 오빠가 같이 나가니까 영진의 부모가 암말 못한다고.
"나중에 두 사람이 뽀뽀라도 할 때는 나 어떡하지?"
"오빠!"
영진이 오빠를 때리는 시늉을 하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저리 가!"
수영이 흐흐흐 하고 웃었다. "근데... 오형도 좀 섭섭하네."
"난 누구한테 대신 전해 듣고... 걱정 많이 했죠."
"걱정 안 한 것 같은데. 나 같아도 그래 잘 났다 했을 것 같은데."
"뭐, 그렇다 그러구..."
"놀러왔던 손님 등에다 재수없다고 소금 뿌리라는 그런 무식한 족속들한테 무슨 걱정."
수영의 그 말에 영진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오빠를 노려봤다.
"영진아. 그러는 거 아니거든."
"소금 뿌리는 게 뭔데."
"그런 거 있어. 알면 너 또 속상해."
영진이 이번에는 운진을 쳐다봤다.
"그나저나 오형네 나가는 장로교회가 뭐요?" 수영이 운진에게 물었다.
"메릴랜드 장로교회. 아니, 그 집은 침례교회잖소."
"나야 무종교인이고... 얘가."
수영이 여동생을 가리켰다. "엄마 아빠 나가는 교회 싫다구."
"그럼, 혼자 딴 교회 나가게는 하시나?"
"천상... 내가... 또... 두 사람 사이에 끼어야지."
"암만 봐도 김형 고의 같은데?" 운진이 수영을 흘겼다.
영진은 두 남자의 대화를 열심히 듣는다. 오빠가 말도 하네 하고 놀라며.
"솔직히 오형 같은 남자한테는 고의든 아니든 감시 좀 해야지."
"흐흐흐! 이젠 부채질 하는데?"
"봐라, 영진아."
수영이 동생을 툭 쳤다.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오형 만나라. 보통 꾼이 아니다."
영진이 오빠를 밀었다. 오빠 그런 농담 그만 해 하며.
그 새 국화가 모두 내려졌다.
운진은 남매에게 잠깐만 하고는 화원 뒷마당을 향해 부지런히 갔다.
"일찍일찍 좀 다녀라!" 삼촌 무인이 조카에게 소리질렀다.
운진은 삼촌의 말총을 피하는 것처럼 얼른 수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