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아주 잠적했어요."
영진이가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며 하는 말이었다. "빚쟁이들한테 얻어맞고..."
수영이 사라졌다던 날 밤, 그래도 그의 친구네 집에 얹혀 지내는 여동생을 찾아와서는 그랬다고.
오형한테 비행기표 보내 달라 해서 돌아가라고.
그리고 나중에 영진이가 시민권을 따면 형제 초청으로 불러 달라고.
운진은 음식값을 지불했다.
진희는 운진의 화원 살림집에 누가 사는 것을 안다.
그래서 거기는 안 될 거고.
진희의 집으로 데려가면 부모님이 뭐라 할 걱정 보다도 영진네서 대번에 알면 일 난다.
아빠 정비 공장에 빈 방이 없나...
"일단, 영진씨, 집으로 가세요." 운진이 단정지어 말했다.
"네?"
"네?"
두 친구가 동시에 놀랬다.
"어떡할 거예요. 녜? 저랑 못 만나게 하려고 한국으로 보냈는데. 거기서 빚쟁이들한테 걸려서 부모 대신 혼들이 났는데."
운진이 흥분해서 언성을 높혔다. "계속 놔두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데."
진희는 빠지고, 운진은 영진을 추렄에 태우고 그녀의 부모네가 한다는 가게로 향했다.
영진은 추렄 안에서 내내 울었다.
추렄이 가게 앞에서 멎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얘기 할께요."
운진이 추렄의 발동을 끄지 않고 내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운진을 보는 그녀의 부모네의 눈초리가 좋지 않았다.
운진은 방탄 유리에 만들어진 소위 뺑뺑이라고 그리로 물건과 돈을 주고 받는 원통 밬스를 댓자로 잡아 돌렸다.
"집 키 주시죠!"
"뭐?"
"뭐라구?"
그 부부가 동시에 소리쳤다.
남자가 뛰쳐 나오려 했다. 그런데, 전의 일이 기억나고 겁을 먹었는지 주춤거렸다.
"밖에 따님 와 있시다. 집에다 태워다 줄테니 집 키 내놓으란 말요."
운진이 그 뺑뺑이를 잡아 흔들며 한 말이다.
"뭐?"
"뭐라구?"
그 부부가 소리만 질렀다.
"아, 십할, 정말! 확!"
운진이 방탄 유리라고 막은 앞면을 두 손으로 쾅 쳤다.
우당탕탕!
그 방탄 유리 안에다 선반을 걸고 이것저것 올려 놓은 것들이 우루루 떨어졌다.
"앗! 앗!"
"이 자식이?"
부부가 소리만 지른다.
"좋게 말할 때 집 키 내놓으란 말요!"
운진이 뺑뺑이의 아가리를 안으로 향하게 돌려서 세우고 잡았다.
영진모가 알루미늄 사시로 만든 문으로 왔다. 그리고 고개만 꺾어서 밖을 내다보려 했다.
"그렇게 해서 보입니까? 나와야 보이지."
운진이 그 알루미늄 프레임 문을 확 잡아 당겼다.
영진모가 안에서 열 수 있는 고리를 만지는 찰라라서 문이 확 열렸다.
"앗!" 그녀가 기겁을 했다.
운진은 영진모가 나가도록 한켠으로 비켜주었다. 그러면서 가게 안을 노려봤다.
영진부는 운진을 흘끔흘끔 보기만 할 뿐이다.
곧 영진이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와서는 운진의 뒤에 가서 끌어 안고 매달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 해 운진을 끌어 안았다.
"매친 가시네!" 영진모가 뒤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