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6-6x056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30. 10:48

   집에서 자꾸 선을 보입니다.
   숙희는 운진의 그 말이 아주 까마득한 절벽 밑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그녀는 앞에 놓인 서류를 몇번씩 되풀이 해서 읽어야 했다. '그래서 나더러 어떡하라구...'
숙희는 운진이란 사내가 어떤 치사한 수작을 부린다고는 여기고 싶지않다.
그녀가 알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운진이란 사내는 고집불통이다.
   나한테 화가 많이 나 있구나...
그 날 숙희는 상사의 점심 합석을 사양했다.
   아무래도... 사우쓰 캐롤라이나로 갈까 봐.
숙희는 빌딩 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샀다.
그녀는 마침 비어지는 창가 자리로 갔다. '비도 오고...'
허옇던 주차장 바닥이 물기에 젖어가며 그 색이 아름다워져 간다.
   '집에서 선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선을 보고 왔다는 말이다. '우리는 양쪽 집에서 반대하는데 선 본 여자는 괜찮어?...'
카페테리아는 매 화요일마다 파스타 스페셜을 제공한다.
숙희는 이것저것 골고루 넣어서 꾸민 파스타가 이번에는 당기지 않았다.
이제 복직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들어오는 일량이 점점 많아진다.
자연 그녀의 퇴근이 점점 늦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운진을 보는 것이 점점 드물어지는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는데...'
숙희는 건드리다 만 파스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날 놀리는 거야? 나더러 가고 싶으면 아무 때고 가라더니 안 가고 버티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야?'
그녀는 파스타 접시를 먹고 난 자리에 던지듯 놓고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그녀는 복도 아무 데에 설치된 구내전화기를 거머쥐었다.
   "우리 운진이, 어디 볼 일이 있다고 나갔는데?"
운서언니의 전화 응답이었다.
그러나 숙희는 어디 갔느냐고 묻지 못했다. "언제 들어온대요, 언니?"
   "몰라. 언제 온단 말 안 했어."
   "..."
   "둘이... 왜 그래... 벌써 싫증 나서 파토 난 거야?"
   "저도 그걸 알고 싶어요."

   운진은 강진희가 오라는 장소로 가는 중이다.
진희가 워싱톤 내쇼널 공항에서 콜링카드로 전화를 걸어 와서는 영진을 공항에서 핔엎은 했는데, 어디로 가느냐가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고.
그가 당연히 집으로 가라고 했는데.
   '영진이가 운진씨를 일단 만나 보고 정한대요.' 진희의 말이었다.
그가 공항 대합실에서 진희와 같이 섰는 영진을 먼저 발견했는데.
영진 그녀는 봄인데 벌써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전 보다 야위어 보였다.
진희는 운진을 보자 여기 사람들 식으로 손을 높이 쳐들고 흔들었다.
영진은 두 손이 얼굴로 갔다.
운진이 두 여인 앞으로 가서 섰다.
진희가 운진에게 영진을 안아주라는 모숀을 보였다.
운진은 진희에게 소리 안 나게 웃어 보이며 영진을 통채로 안았다.
   "일단 나갑시다."
   운진이 영진의 가방을 끌며 앞장 섰다. "일단 뭣 좀 먹으면서 의논합시다."
영진은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운진의 뒤를 따르기만 했다.
진희가 영진을 감싸 안듯 하며 공항 청사를 나섰다.
아침에 흐리던 날씨는 이제 금새 빗줄기라도 뿌릴 듯 낮게 내려 앉았다.
   "어떡해요? 내 차로 가요, 아니면, 운진씨 추렄에 타요?"
진희가 영진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진희씨도 일단 같이 먹으러 갑시다. 제가 앞장 서죠."
영진의 가방이 진희의 스테이숀웨곤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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