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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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5. 10:57

   영진은 이튿날도 화원으로 왔다.
이번에는 수영이 안 따라왔다.
   "김형은요?"
   "저 학교에서 바로 왔어요." 
   영진은 바쁘게 움직이는 운진의 뒤를 졸졸졸 따른다. "국화가 참 이뻐요. 종류도 많고."
운진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쫓아다니는 영진이 행여 다칠쎄라 여기 조심 이것 조심 하며 연방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잘못하다가는 선반에 이마를 찧을 수도 있고, 바닥에 흥건한 물에 미끄러질 수도 있다.
영진은 윈피스 자락을 펄럭이며 운진의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졸 따랐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돈 주고 꽃 사간다는 자체도 신기하다.
영진은 한번 올라가 봤던 원두막이 궁금하다.

   "인제는 황폐에에에... 한 벌판이네요?"
   영진이 제법 말을 까분다. "여기 메릴랜드는 겨울에 눈 많이 오죠. 네."
   "왜요. 여긴 메릴랜드 시골인 것 같아요?"
   "똑같이 메릴랜드죠!"
   "미쓰 킴네 눈 오면 여기도 눈 와요."
   "에그!"
   영진이 운진의 가슴을 때렸다. "울 오빠도 그러구 우, 운, 운진씨두, 날 놀려요?"
그렇게 말하고 영진이 빨개지는 얼굴을 두 손으로 만졌다.    
   "우! 저기 봐라!" 운진이 어디를 확 가리켰다.
   "엄마야!"
   영진이 운진에게로 얼른 달겨들었다. 
그리고는 얼른 떨어지며 그를 또 때렸다. "에그! 울 오빠 말이 맞아요! 진짜 꾼이신가봐요!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 했네."
영진이 새삼스레 옷매무새를 만졌다.
   "저기 보라니까요." 운진이 뭘 가리키는 손을 놔둔 채 속삭였다.
영진은 여전히 옷매무새를 고친다. "왜요."
   "얼른요."
   "왜요."
   영진은 원피스 앞이 원래대로 잘 여며진 것을 확인하고 눈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운진에게 또 달겨들었다. "저게 뭐죠?"
   "사슴 한쌍."
   "어마야... 사슴이다아..."
   "저도 아주 오랫만에 보는데요?"
   "사진 찍었으면 좋겠다! 이쁘다아!"
사슴 두 마리가 전에 수박밭이었던 부근에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가만히 서 있다.
그 때 국화를 다 부린 추렄이 출발하는지 엔진 소리를 크게 냈다.
그러자 사슴 두 마리가 동시에 풀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에이, 갔다... 나쁜 추렄이네." 영진이 아쉬워했다.
   "밤에는 사슴들이 여기 큰 길가까지 나와요. 달리는 차에 치이기도 하고."
   "어마야... 불쌍해라. 죽었죠!"
   "죽기도 하고... 다친 건 먹으려는지 누가 가져가기도 하고."
   "사슴 고기 잡숴보셨어요?"
   "전방에 있었을 때요."
   "군대, 전방에서 하셨어요."
   "원래는 제가 삼대 독자라 안 가도 되는데..."
   운진은 남한테 늘 하던 그 다음 말은 영진에게 생략했다. 군대 가서 죽어버리려고...
   죽으려고 하면 할수록 죽음이 되려 피해간다는 것을...
영진이 제 팔을 마구 문질러댔다. "춥다. 그죠."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런데 영진은 화원 안채로 들어가는 것에 질겁했다. "아뇨! 안 들어가요."
   미친! 내가 잡아 먹나?
운진은 핑게 김에 바쁘다고 영진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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