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7-1x061 그런 상면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6. 09:17

그런 상면들

   숙희는 계모에게 사정해서 개스비를 간신히 탔다.
대신 점심은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플래스팈 통에 담았다.
어느 날 숙희는 은행을 퇴근하자마자 대체 가게가 어때서 닫는다는 말이 나오나 가서 보자 하고 북상하는 파크웨이를 탔다. 
세상에는 신기한 일도 많다. 
그 짙은 색의 그 추렄을 파크웨이에서 또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추렄은 숙희보다 앞질러 가더니 그 새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자가 가게 안에서 아버지랑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숙희는 가게를 들어서서는 아연실색했다.
가게는 떠나간 집처럼 텅 비었고, 카운터가 있던 자리는 아무 것도 없이 말끔했다.
   "아빠! 이게 무슨 일이예요?"
   "으응. 동업자 돈 다 빼주느라고."
   "네?"
   숙희는 그 남자가 돌아다 보는 것이 싫었다. "이 분이 그 동업자? 아버지?"
   "아니이. 이 친구는 미스타 오잖아."
   "근데 우리 가게에서 뭐 해요?"
   "으응. 이 친구가 나랑 동업하고 싶다고."
운진이 거기서 돌아섰다. "아저씨, 계속 이러시면 진짜 안 되십니다."
   "내 말이 실지여. 다들 거짓말 하는 걸 듣고 온 거라니까?"
운진이 체 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숙희씨만 아니면 이 인간을 콱, 그냥!
   "아빠! 어떻게 된 거냐니까? 공희는 또 어디 가고?"
   "으응. 곧 괜찮아질 거야."
   "가게가 이렇게 된 게 다 내 잘못이라고 집에서 그런단 말야, 아빠."
   "으응." 한씨가 계속 딴청 부리며 딸에게 비굴하게 군다.
그는 아직도 미스터 오를 만만하게 보려는 수작이다.
   "아빠가 작은엄마한테 그렇게 말해? 나 땜에 가게 망했다고?"
   "응? 으응..."
운진은 거기까지 듣고 그 가게를 나섰다. 

   운진이 한씨 가게로 다시 온 때는 그가 양품점에 가 있는데 샤핑 센터 사무실 여직원이 불러서라고 했다. 
운진과 진희와 영진이 함께 들어섰다.
   "You got until midnight tonight to remove everything from here. Our security will watch you and he will lock the door at 12 o'clock. (당신은 오늘 밤 자정까지 여기에서 모든 것을 치워야 해요. 우리 경비가 당신을 지켜보다가 열두시에 문을 잠글 거예요.)"
   그 여직원이 한씨에게 말하고 운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내일 전화로 예약하고 오세요.]
그 여직원이 진희에게 아주 쓴 미소를 보이고는 나갔다.
그제서야 공희가 들어왔다. "어, 진희언니!"
그런데 진희가 뒷걸음질치며 영진을 잡아 끌었다. "말 더 하지 마, 얘. 쟤 도둑, 거짓말장이야."
   "도, 도둑?" 영진도 뒷걸음칠쳤다.
숙희는 동생보다 그런 말을 하는 여자를 노려봤다.
영진이 운진의 옆에 붙어서 같이 움직이려 했다.
운진은 가게 안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 중이었다. 
숙희는 동생을 봤다. "너 밖에선 어떻게 처세하길래 저 여자가 식구들 있는 데서 널 도둑 거짓말장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데?"
   "쟤가 거짓말장이야, 언니!" 공희가 소리쳤다.
진희가 손을 확 치켜들었다. "이게 어디서 지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아주, 지 언니 있으니까 맘먹어도 되는 줄 아나부지?"
   "여보세요!" 숙희가 진희와 공희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이구. 언니세요?"
   진희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언니 동생 공희 쟤 가겟돈 맨날 훔쳤어요. 그래서 망하는 거 모르셨죠? 하루 매상 다 훔쳐서는 옆의 가게 가서 하루 종일 비데오 포커게임 했어요."
공희가 자지러지며 주저앉았다. "아냐, 아냐! 거짓말이야!"
그래도 한씨는 작은딸에게 뭘 묻지도 못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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