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7-2x06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6. 09:18

   숙희는 밤 열두시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그 고동색 추렄이 붕붕거리며 집 앞 드라이브웨이로 후진했다.
공희는 아빠의 밴 추렄에서 내려서는 절룩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한씨는 타고난 꾀쟁이라 아이고 죽겠다 하며 자기 짐이 남의 추렄에 실렸는데도 그 역시 절룩거리며 집 안으로 얼른 들어가는 것이었다.
숙희는 저녁도 못 먹었고 탈진 상태이다.
운진은 숙희의 간청에 도와주는 것이었다.
가게 안에 있는 것들을 치울 방도가 없었는데. 숙희는 그 남자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했다...
   초면에 정말 죄송한데요, 우리 짐 좀 같이 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정말 예의가 아니고, 무리인 줄 알면서 염치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따지고 보면, 초면은 아닙니다.
   네? 
그러다가 숙희는 기억을 해냈다. 아, 그 때 경찰하고...
운진은 씩 한번 웃고는 가게 안의 짐들을 한씨의 밴 추렄으로 실어나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희는 다리가 불편하므로 당연히 구경만 했고.
진희는 양품점으로 돌아가야 했고.
영진은 조금 도와주었는데 운진이 얼른 가라고 해서 떠났고.
그리고도 더 남아 있는 것을 그의 추렄에다 실을 만큼 실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집까지 실어다 준 것이다...

   운진은 밴 추렄 안읫 것은 놔두고 제 추렄에 실린 것들을 비에 젖으면 안 되는 것은 차고 안에 그리고 버릴 것은 길 가에 그리고 비에 젖어도 되는 것은 차고 문 앞에 그렇게 부렸다.
그 때까지 집 안에서는 아무도 안 내다봤고, 숙희는 그가 물건을 옮겨놓을 때마다 거들었다.
그 때가 새로 한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숙희는 그 남자에게 구십도로 인사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 녜, 뭘요." 
   운진에게서는 땀 냄새가 진동했다. "근데... 좀."
   운진은 어떤 말을 하려다가 얼른 무안한 표정으로 바꿨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여자 그러니까 딸만 놔두고 슥 들어가서는 내다보기는 커녕 짐도 안 옮기는 아비는 뭔가.
운진은 그 여자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물건을 같이 들 때는 그녀의 호흡도 맡아봤다. 그녀는 미인형이라기 보다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몸 구조가 팔등신이며 그녀의 호흡에서는 금속 냄새가 강하게 났다.
   어이, 시이. 이런 여자는 남자 친구가 어떤 놈일까...
   "저어, 시장하실 텐데... 그런 줄 알지만, 시간이 시간이라서."
   숙희는 저도 저녁을 건너뛰어서 팔 다리가 후둘거린다. "죄송합니다."
   "뭐. 그 쪽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도 전 집에 왔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저기, 딱, 여기 십분만 계시면요, 제가 어디 좀 금방 갔다 올께요. 아까 오다 뭐 본 게 있어서..."
   "네?"
   "들어가 계셔도 제 추렄이 오면 잠깐 나와 보실래요?"
   "네?"
   "녜! 금방 올께요?"
그는 추렄을 몰고 사라졌다.
   그리고 정말 딱 십분 만에 그의 추렄이 돌아왔다.
그 때까지 숙희는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녀도 그러고 있는 자신을 못 믿으면서.
그녀는 사실 집 안으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그가 추렄에서 내려서는 종이봉지 하나와 캔 음료수를 그녀에게 주고 돌아서서는 또 떠났다.
그 봉지 안에서는 맛있는 빵 냄새가 풀풀 나왔다.
숙희는 다행히 그가 없어서 체면 차릴 것 없이 봉지 안에 든 빵과 캔 소다를 해치웠다. 그녀는 어떤 빵인지 맛있네 하며 뜯은 봉지를 어둠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 봤다.
이름은 생소한데 한국에서 많이 먹어본 카스테라 같았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x064  (0) 2024.07.16
7-3x063  (0) 2024.07.16
7-1x061 그런 상면들  (0) 2024.07.16
6-10x060  (1) 2024.07.15
6-9x059  (2) 202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