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학교에서 한씨가 했던 가겟자리로 곧장 온다.
그러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영과 영진과 그리고 따로 와 있는 운진의 부친이 내린다.
그 넷은 꼭 저녁 여덟시까지 가게 정리일을 같이 한다.
여덟시에는 진희가 운진의 돈으로 먹을 모이를 물어다 준다.
때로는 차이니스 푸드를.
때로는 맼다널즈 푸드를.
때로는 다른 데 것을.
그러다가 한번은 진희가 한참 걸려서 우리 음식을 사 왔다. 그 때 병선이 같이 왔다.
일 끝나고 혼자서 밥 먹고 있는데 진희씨가 음식점으로 캐리아웃 하러 왔더라구 하면서.
그 날의 것은 병선이가 다 냈다고.
"진짜 의리없는 남자야. 돈 낸 걸 다 까발리는."
진희가 돈을 운진에게 주었다. "뭐, 어차피 내가 가질 건 아니었지만."
"우리 사춘형인데에."
"그만해요."
"성. 도루 줘요. 내가 줄께."
운진은 어서 먹으라는 시늉만 젓가락으로 했다.
수영은 알고 보니 농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술까지 대접하면 오늘 일은 모두 눈 감아 줄 수도 있겠는데. 그럴 센스가 있으신가 없으신가."
"핫핫핫!"
병선이 제 뒤에다 내려 놓은 봉지를 끌어냈다.
그리고는 운진부를 봤다. "이모부는, 어떻게... 애들이 술 하는데..."
운진부가 일어섰다. "에라, 간다, 이놈아!"
핫핫핫!
"너무 많이 마시진 마라. 운전들 해야 하니까."
네에, 네!
안녕히 가세요오~
내일 뵙겠습니다아~
숙희는 가게에서 짐을 옮기던 날, 온갖 친절을 베푼 미스타 오란 남자가 눈에 밟힌다.
배경 좋은 집안에서 자랐나 봐.
막힌 데가 하나도 없이 시원시원하네.
그 날 그가 가면서 아 제 이름은 오운진입니다 했을 때 숙희는 그저 네에 했을 뿐이다.
그냥...
인사 오가는 거니까 저는 한숙희예요 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냥 하기 싫었다.
그를 깔보거나 해서는 아니었다.
그냥...
네에 한 그 이상은 입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 때는 마치 영양실조에 걸린 것 처럼 너무 탈진해서 답변할 기운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던지듯 주고 간 빵은 동네 어귀에 있는 이십사시간 편의점에서 사 온 파운트케잌과 봉지에 든 도넛이었는데. 그 날 숙희는 그 빵이 세상에서 먹어본 어떤 빵들보다 천배는 맛있었다.
내가 왜 이래!
숙희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 했다. 한숙희, 너! 너 절대 남자도 안 만나고 결혼 안 할 여자잖어! 내가 어떻게 결혼을 해. 내 배경을 숨기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딴 생각이야?
숙희는 은행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우연히 거울을 봤다.
너 한숙희야?
그녀는 제 얼굴을 보고 놀랬다.
얼굴이 아직도 발그스레한 한숙희가 눈가에 웃음끼마저 보인다. 미쳤어! 미쳤어!
그녀는 손의 물끼를 얼굴에다 뿌렸다.
그 남자는 그 날 여자랑 같이 있었잖아! 미쳤어, 한숙희!
그런데 그녀는 이상한 예감 같은 것이 들었다.
맘만 먹으며 그 여자를 간단히 치울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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