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건 한의의 말인즉슨, 현재 숙희의 모든 장기들이 약해서 제 구실들을 못하는데, 좋은 약을 줘 봐야 몸에 남지 못하고 아깝게도 죄다 오줌과 설사로 나간다고.
"우선 신장 하고 간을 도와주는 약을 지어줄 테니 그걸 다 먹고 나서 또 보자구."
그가 차트 아닌 차트를 덮었다. "근데, 두번째 지을 건 용 하고 삼이 많이 들어가니 값이 좀 비싼데."
허걱!
숙희는 돈 얘기가 나오니 숨이 막힌다. "어, 얼마나 하는데요?"
"첫 두 첩이니까, 한 육백...불?"
"아잇!"
운서가 한의의 말을 커트 하며 손을 내저었다. "운진이가 돈 걱정 말랬으니까..."
"육백... 불이요?" 숙희는 기가 죽어버린다.
"운진이가 낸댔어."
"언니, 전..." 숙희는 간이 쪼그라든다.
한의가 운서를 흘낏 봤다. "운진이라니."
"제 동생요... 여기... 아드님하고 동년배죠."
"오오!... 그러면, 이 처녀는?"
"운진이 약혼녀예요."
운서가 주저없이 말했다. "지 여자 결혼도 하기 전에 몸이 약하다고 걱정해주네요."
"오오!... 오 집사네 며느리 될 처녀구만."
"네. 아무도 제 동생이 장가 가리라고는 상상도 않죠."
"우리... 음!"
한의가 뭘 말하려다가 당황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럼, 남도 아니고, 우리 아들 친구니까. 게다가 오 집사님 하고는 형제처럼 지내는데, 다 받을 수야 있나. 오백불만 줘."
운서가 앞에 놓고 있는 지갑을 열었다. "오늘 우선 반만 드리고, 찾으러 오는 날 나머지 반 드리고, 그렇게 할께요."
"그래두 되구. 찾으러 오는 날 한꺼번에 줘두 되구."
운서가 지폐 두장을 내놓았다. "이백불입니다."
한의가 돈을 얼른 집었다.
"그리구. 우리 운진이가 어르신네만 믿을 데라고 해서 일부러 왔거든요."
"그럼, 그럼!" 한의 양반이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운서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였다.
비단 아들끼리 친구라서 그러는 것 같지 않은 것이다.
비단 이 집 딸하고 연결해 주려다가 딸이 다른 남자와 약혼 말이 나오는 바람에 흐지부지된 것 때문을 놓고 그러는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운서도 딱히 이유를 모르는데, 남동생이 이 집에다 큰 도움을 주었다던가.
아니면, 이 집에서 운진이의 말이라면 거절 못하는 약점이 있다던가...
약을 잘 안 지었다든지 혹은 속였다가는 운진이 손에 못 남아나지.
운서는 그런 뜻의 미소를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숙희."
숙희는 마지못해 따라 일어섰다.
"이렇게 예쁜 색시를 얻으려고, 그, 그랬구만." 한의양반이 밑도 뜻도 없는 말을 했다.
운서가 아무 말도 아니라는 듯이 숙희를 조금 미는 시늉으로 그 곳을 나섰다.
두 여인은 중도에 어느 음식점으로 갔다.
차 운전은 운서가 그녀의 차를 몰지만 숙희가 길을 말해줘서 두 여인은 중국 화교 출신이 한다는 그 음식점으로 간 것이다.
그 곳의 주인 여자가 운서를 바로 알아보고 이어 숙희도 알아봤다.
"이렇게 두 분은 어떤 사이?"
그 여인이 두 여인을 번갈아 가리키며 물은 말이다.
"여기를 운진씨랑 몇번 와 봐서 그래요." 숙희는 그 말을 하고 눈을 내리 떴다.
운서가 숙희를 한참 보다가 눈길을 화교 여인에게 돌렸다. "제 남동생 아시죠?"
"잘 알죠, 그럼!"
"제 남동생이랑 그냥 아는 사이예요."
운서의 그 말에 숙희는 눈을 얼른 바로 했다. 어?
아까 한의원집에서는 약혼녀라고 하더니 여기서는 그냥 아는 사이라고.
숙희는 무슨 이유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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