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록 있는 돈 까먹더라도 돈 버는 이가 숙희 뿐이므로 온 식구가 태도를 바꾸었다.
그럴 시간 없다는데도 아침상이 차려졌다.
숙희는 어차피 냄새 나서 아침을 못 먹으니 걱정마시라고 사정했다.
게다가 공희는 모친에게 바른대로 대라는 닥달을 받고, 돈을 지속적으로 훔쳤던 것을 고백하고, 성한 다리가 절도록 맞았다.
그래도 한씨는 모른 척 했다.
여태 해 온 짓 때문에 작은 딸의 입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작은딸이 돈통에 손을 댔어도 말을 못했던 것이다.
9월이 후딱 지나갔다.
그리고 시월도 중순이 되었다.
운진은 새로 싹 꾸민 가게를 열고는 딱 하루만 장사하고 팔았다.
그럴 속셈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양품점 주인이 진희의 침이 튀기도록 자랑 겸 칭찬하는 미스타 오란 자에 대해서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바 그랜드 오프닝을 하자마자 손님이 미어터졌다는 말과 직접 눈으로 보고는.
아예 매상도 안 묻고, 그의 장사 수완을 전수받는다는 조건으로 샀던 것이다.
그 바람에 그의 누이 운서만 하루만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그랬는데.
양품점 주인이 다 생각이 있다면서 미스타 오의 누이를 업었다.
들은 얘기가 있어서였다.
"남동생이 누나의 말을 잘 듣나요, 안 듣나요?"
"쟤는 제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도 합니다."
"아이구! 그러시다면, 됐습니다!"
새 주인 된 남자가 운진을 보고 헤헤헤 웃었다. "누님 말씀 잘 들으시기를?"
운진은 그저 식 웃기만 했다.
운진은 이제 벤더를 접어치웠다.
삼촌의 화원에다 포인세티아 주문을 받는다고 써붙였는데. 인편으로 전화로 그리고 편지로 크리스마스 때를 맞춰서 공급을 원한다는 주문이 제법 되었다.
"수학 전공해서 장사 수단이 좋은 거냐?"
하루는 그의 삼촌이 그런 말을 했다. "너 가게도 딱 하루 장사하고 팔았대매."
"그건요. 그 양품점 아저씨가 완전 쫄아서 산 거예요."
"아하아!"
"제가 경쟁자로 나서면 그 가게는 아무래도 타격 받죠."
"니 누나는 아직도 거기 남아서 일해?"
"절대 못 그만 두게 하죠! 행여..."
"흐흐흐! 그래도 네 수완이 좋은 거다."
운진은 삼촌한테 벌써 다음 해의 농작물 의논을 한다. 오이.
봄부터 조금씩 내다팔디가 가을에 김장 철 오이 한 접에 이, 삼십불에 팔자고. 그것도 교회 같은 데다가 광고를 뿌려서 사전 주문제로.
호박.
참외.
"수박은 두 해 해봤는데요, 이 땅은 수박과 아닌 것 같아요." 조카의 말은 단정적이었다.
삼촌은 그저 조카 말에 수긍만 한다. "이제 포인탄지 뭔지 처리하면 뭐 하냐?"
"우리도 동면기에 들어가는 거죠, 뭐."
"내년부터는 그냥 니가 다 할래?"
"삼춘, 은퇴하시게요?"
"아니. 혜정이 대학 들어가면 기숙사에 넣고 우리는 귀국한다고 했잖아."
"아아..."
"땅은 니 이름으로 옮기면 세금 무니까, 그냥 놔두고. 우리는 일년이나 이년에 한번씩 들어왔다 나가서 영주권 살리고."
"아아..."
"왜, 싫어?"
"전 삼춘을 도와드리는 거지, 제가 할 생각 있어서는 아니거든요."
"그렇구나... 그럼, 팔지, 뭐."
"그러시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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