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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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6. 09:21

   운진은 성가대 자리에 앉으려다가 본당에서 쳐다보는 어느 시선과 마주쳤다.
그 시선의 주인이 손을 조금 올려서 흔들었다.
   김수영이 왔네?
   오, 참! 미쓰 킴은!
그러고 보니 반주자가 아직 안 들어왔다.
   "야, 병선아. 만일 내가 늦더라도 니가 음 잘 잡아라."
   "어, 성! 어디 가!"
   "금방 올께?"
운진은 자리를 벗어나서 연습실로 달려 올라갔다.
영진은 그 때까지도 반주자실에 있고, 진희가 같이 있다가 운진을 흘겨봤다.
   얼른 가요. 곧 시작하는데...
운진은 입술로만 진희에게 말했다. 난 봐서 갈께요...
진희가 영진을 한번 더 어루만져주고 나갔다.
운진은 영진과 마주 앉았다. "어디 아파요?"
영진이 훌쩍거렸다.
   "많이 아프신가 보네에..."
   "집에서..."
   "미쓰 킴 집에서 혹시... 저를 만나지 말라고 해요?"
   "아니요. 그런 말은 없었는데..."
   "그럼요?"
   "아빠가 자꾸... 기집애가 무슨 공부냐구, 시집 가래요."
   "아, 녜에..."
   "친구분네 집에 아들 있다구... 저번날 그 집 가서 밥 먹으면서 선 봤어요."
   "아, 녜에..."
영진이 훌쩍거렸다.
   "그 집, 남자가 맘에 안 드는데 자꾸 푸시(push)해서 그래요?"
   "아니요?" 그녀가 말 끝에 이이거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운진은 그녀의 울음소리가 복도로 해서 본당까지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과앙~
올갠 소리가 복도를 통해 울려왔다.
   주는 성전에 계시오니~
성가대의 합창이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베이스가 전혀 안 들린다.
   아이, 시이! 세 놈의 새끼나 있으면서!
영진이 그제서야 운진이 입고 있는 가운을 만졌다. "저기, 성가대 옷."
   "응? 아아. 괜찮아요. 이미 시작했고, 이따 기도할 때 몰래 들어가면 돼요."
   주 앞에 잠잠해애~
테너 성렬의 음이 또 튄다. 삐악거리며.
운진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다가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얼른 일어섰다.
복도에서 저벅저벅거리며 부지런히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타 오, 여기 있나?"
   지휘자의 고함과 함께 문이 쾅 열렸다. "미스타 오!"
   "녜!"
운진은 얼른 대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엉?" 
지휘자가 보통 화난 모습이 아니다. 사뭇 칠 기세이다. 
영진이 얼른 나가서 머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 뭐야! 아니!... 뭐 하나, 응?"
   "죄송합니다. 그냥..."
   "아, 데이트는 예배 끝나고 해도 되잖아, 이 사람아!"
   "아, 그게 아니구요."
   "아, 잔소리 말구 빨리 내려와! 오늘 특별 찬양을 앞당겨서 하기로 했어. 빨리!"
그래서 운진은 영진을 놔둔 채 허둥지둥 지휘자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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