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7-7x06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6. 09:22

   영진은 본당으로 가서 오빠 곁에 앉혀졌다.
그리고 지휘자 선생이 낭하를 부지런히 뛰어서 앞으로 갔다.
   "에, 오늘은 성가대에서 특별 찬양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목사가 뒤로 물러섰다. "아주 좋은 특송이니까, 성도님들 많은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운진은 거의 기다시피 해서 자리로 돌아왔다.
진희가 운진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움직이다가 지휘자 선생의 눈총을 받았다.
운진은 아무 일 아니라고 눈짓했다.
띵띵띵~ 
진희가 피아노 전주를 경쾌하기 두드리기 시작했다.
   저 넓은 들에 무르익는 오곡을 보라!
   (차~암 아름다워라!)
   저 황금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보라!
   (차~암 아름다워라!)
찬송가 두 곡을 메들리로 묶은, 지휘자 선생의 아이디어와 솜씨이다.
운진은 영진에게 잘 들리라고 크게 불렀다.
진희가 악보를 흘끔흘끔 보다가 운진이 표시해 놓은 콩나물 대가리를 쳤다. 뚱. 낮은 음 시.
   아, 아~~~
   테너가 우렁차게 나왔다. 성렬이 음을 잡은 것이다.
지휘자 선생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의 두 팔이 떨어져 나가라고 높이높이 휘둘린다.
   주 하나님을~~~
   찬~양~하~~~~라아!
성가대의 마지막 화음이 길게 길게 본당을 메아리친다.
진희의 물결같은 피아노 연주가 감동적으로 파도친다.
땅따다땅, 땅, 딴!
진희가 두 손을 딱 떼었다.
짝짝짝짝!
본당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로 떠나갔다.
운진은 영진이 박수치는 것을 보았다.

   예배가 끝나고도 자리를 못 뜨는 신도들이 많았다고.
그리고 이 날 헌금이 만만치 않았다고.
   "자, 자! 오늘 성가대 대원 중에서 청년회는 가지 말고 다들 남으라구?"
   성가대장 최 장로가 연습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따로들 와도 좋고, 섞여 와도 좋고."
운진은 무슨 말인가 해서 주위 사람들을 둘러봤다.
   "아까 성 없었을 때 말 나왔어."
   병선이 사촌형에게 속삭였다. "오늘 저 장로가 집들이 하나 봐. 무슨 집들이를 심심하면 해."
   "으응..."
운진은 가운을 부지런히 벗어서 병선에게 던졌다.
   "성, 어디 가?"
   "그래! 미쓰 킴이 아프다."
   "어어. 그래서 성이 낫게 해주려고?"
   "그래!"
   "진희랑 나도 가면 안돼?"
   "너, 이제 진, 지니랑 나가냐?"
   "엉." 병선의 얼굴이 빨개졌다.
   "허, 이 자식. 희한한 놈이네."
   "성은 진희랑 끝났잖아, 뭘."
   "그래두... 사촌 형이 같이... 논."
   운진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어주고 돌아섰다. "나 간다."
   "성, 어디루 갈 건대!"
   "몰라, 임마! 그만 따라다녀!"
   "아, 서엉!"

'[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7-9x069  (1) 2024.07.16
7-8x068  (0) 2024.07.16
7-6x066  (0) 2024.07.16
7-5x065  (0) 2024.07.16
7-4x064  (0)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