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부엌 식탁에 쌓인 각종 고지서를 보고 한숨이 나온다.
가족은 난데없이 교회를 간다고 다들 나갔다.
숙희는 아침을 찾으려다가 그만 두고 방으로 갔다.
너무 힘들다...
내가 이게 무슨 팔자람.
숙희는 침대에 들어가서 뒤집어 썼다.
곧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
진희가 영진을 먼저 찾은 바람에 병선이가 자동적으로 끼었다.
운진은 수영을 추렄에 태우고 먼저 출발했다. 영진이 따라오겠거니 하고.
그런데 병선이가 빠지고, 진희가 영진을 제 차에 태우고 모이기로 한 맼다널즈로 왔다.
"낄 데를 끼어야지!"
진희가 병선을 두고 한 말이다. "미스타 오 있는데도 낀대."
운진은 영진을 흘끔 보고 진희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나 영진은 안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 안 쓰기로 한다.
영진이 제일 작은 샌드위치면 하겠다고 했다.
"얘가 밖에 나오니까 뭘 먹겠다고 하네?" 수영이 말했다.
주문한 음식들은 운진이 다 지불하고, 옮기기는 진희가 했다.
그런데 진희가 수영 곁에 얼른 가서 앉았다.
운진과 영진은 서로 보고 고개를 저었다.
"가게는 그렇게 팔고, 인제 뭐 하세요?" 진희가 운진에게 물은 말이다.
"올 성탄절까지 포인세다 주문 받은 거 팔고 나면..."
운진은 진희가 묻는 의도가 궁금하다. "뭐, 그냥 하이버네팅?"
진희가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했다.
영진이 생전 안 그러더니 이 날 치 하고 진희를 비웃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몰라."
"미스타 오. 갈쳐 주지 마요."
수영이 동생을 가만히 본다.
진희는 영진에게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꼼짝 못한다.
"우리 단풍 구경이나 갑시다?"
운진이 수영더러 들으라고 한 말인데, 진희가 반색했다. 얼루요 하고.
영진의 얼굴도 피었다.
"어디 좋은 데 있수?" 수영은 동생의 반기는 반응이 다행이라고 받는다.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버지니아."
"갑시다."
수영은 동생에게 말했다. "너두 가지?"
"오빠가 집에 얘기해."
"그래. 어디 오형 덕분에 눈 호강 좀 하자."
영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진희가 먹고 난 것들을 싹 치우고는 영진의 팔짱을 꼈다.
그런데 운진은 포인세티아가 들어오기로 한 날이 하필 돌아온 일요일이라 교회에 불참했다.
이중 삼중으로 잘 포장된 포인세타를 화원 안으로 들여놓는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운진은 배달 날짜 약속을 지켜준 펜실배니아 농장 주인에게 고마워서 일꾼들에게 팁을 두둑히 주었다. 그들은 물건들을 아주 가지런히 들여놔 주고 떠났다.
그 날 오후에 병선을 비롯해서 진희, 영진 그리고 수영이 왔다.
"우와아!"
영진이 새빨간 화초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오빠! 이게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그 화초야."
운진과 수영은 서로 눈짓으로 괜찮소와 좀 나아져 가오를 교환했다.
화원의 전화가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일요일이지만 약속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운진은 전화마다 꽃이 도착했다고 응답하고 더러는 고객들에게 안내전화도 넣었다.
사람들은 마침 쉬는 날들이라 금새 금새 나타났다.
그들은 졸지에 계절화초를 내주느라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