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어쩔 수 없이 펜실배니아 주의 고모네를 가서 돈을 빌려왔다.
"돈은 아빠 말대로 집 파 는대로 갚는다고 했어요."
숙희가 돈을 한씨에게 내놓으며 한 말이다. "고모네도 풍족친 않아요."
그 집 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돈으로 다른 걸 시작하시든지 하시구요... 저는 이사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숙희는 신문에 난 아파트 회사 광고들을 보고 여러 군데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렌트값이 괜찮고 캐피탈 벨트웨이에서 얼마 안 들어가는 곳을 두 군데 정도 잡고. 퇴근 후에 돌아봤다.
한 군데에서 첫달을 무료로 준다고 해서 그 곳에다가 어플리케이숀을 써 넣었다.
"아, 레전씨 뱅크?" 사무원이 반색을 했다.
숙희는 집에 돌아가서 저녁이 없음을 알았다.
기가 막혀서...
그녀는 먹기 싫지만 라면을 끓였다. 그러고도 부못자가 달렸습니까?
운진은 부득이 학교를 빠져가며 주문 받은 포인세티아를 팔았다.
육불, 팔불 단위는 우스웠지만 끊임없이 나가는 덕분에 돈통은 넘쳐났다.
주말에는 영진이 수영과 함께 와서 합세했다.
한 주만에 화원은 깨끗이 비워졌다.
"이거... 조금 망가져서 안 판 건데."
운진은 화분 하나를 돌려보며 수영에게 건넸다. "집 안에다 놔두면 은은한 향이 좋더라구."
"그냥 주는 거요?"
수영이 받아서 여동생에게 주었다. "아무래도 너 주는 건가 본데 나한테 준다?"
영진이 얼른 냄새를 맡는다. "진짜 향내가 은은하다아."
수영은 동생의 귀에다 속삭였다. 보기보다 되게 순진하네.
그러나 영진은 운진을 흘겼다.
그녀는 안다. 진희와 미스타 오가 썸팅이 있다는 것이란 걸. 즉 둘이 잔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자꾸 아픈 것이다.
그에게 화가 나고.
그렇지만 그가 점점 좋아지고.
친구가 몸이 헤퍼서 아무 남자하고 동침한다는 소문은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런데 미스타 오마저 같이 잔 것 같다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다.
운진은 학교에서 학사 경고를 받았다.
이번 학기에 GPA가 2.0을 넘지 못하면 퇴학을 당한다고.
그는 주말에도 책에 매달렸다.
"성. 다음 주일에도 안 나오면, 목사님이 직접 심방오신대."
병선이 대리 전령이라며 그가 사는 아파트로 왔다. "이모부도 불려갔어, 성."
"야. 나 이번에 못 넘어가면 디스미쓰(dismiss)야."
"오. 꽃 장사하느라 땡땡이 쳐서?"
"흐흐흐!"
"그 연세에 무슨 공부를 하신다고... 망령났나."
"야, 너도... 아무 거나 선택해서 듣지? 머리 썩기 전에?"
"그럴까?"
두 사촌은 일요일 낮부터 집에서 찾아진 술을 나눴다.
"참! 오늘 김형 왔었냐?"
"누구. 그 키 큰 치?"
"엉."
"안 온... 거 같은데, 성?"
"그랬구나."
"성, 그... 동생 여자... 할 거지?"
"아니? 너 해."
운진은 병선이 진희에게 치근덕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얘가 영진씰 접근하면 지니는 맘 놓고 나한테 오겠지.
병선의 눈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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