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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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6. 09:26

   숙희는 가방 두 개만 달랑 들고 집을 나서면서 등 뒤로 계모의 있는 욕 없는 욕 다 들었다.
   "돈도 니가 가져왔으니까, 니가 갚어, 이 년아! 우린 빌려달랜 적 없다!"
숙희는 이미 고모부에게서 들은 바, 돈 되받을 생각은 눈꼼만큼도 안 한다고.
그리고 고모가 그랬다. 그 집에서 왜 마음 고생하느냐고.
한국의 엄마 말 듣고 간 건 착한데 그만 나와 독립하라고.
그래서 그녀는 욕이 날아오든말든 쳐다보지도 않았다.
숙희는 이 날 새 아파트에 들면서 이상한 것을 봤다.
건너편 건물 앞에 유난히 눈을 끄는 추렄이 세워져 있는데.
그 색이 참 더러운 고동색이다. 설마...
아무리 세상이 좁다 한들 여기서 또 만나나.
내가 여기를 두번씩이나 와서도 왜 못 봤지?
제발, 그냥 똑같은 추렄이었으면...
숙희는 가방 두개를 들여놓고, 필수품들을 사야겠기에 다시 나섰다.
그 새 그 추렄이 없어졌다.
숙희는 아까 오다가 마침 가까운 데에 마켙이 있네 하고 발견한 그 곳으로 갔다.

   그녀는 카트를 밀고 다니며 아주 모처럼 만에 마음이 가볍다.
그 집을 진작에 나오는 거였어.
아빠가 너무 변했어. 아주 치사할 정도로...
   숙희는 주로 만들어져 있는 음식을 관심있게 봤다.
그녀는 끽 해야 라면 끓이는 것이 할 줄 아는 것의 전부이다. 아침에 싸 갈 샌드위치거리나.
그녀는 식빵도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한참 고른 후에야 하나를 집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에 샌드위치에 넣을 고깃거리를 찾아야 했다.
   햄. 볼로니. 치즈. 아, 참! 밀크!
   그녀는 우유 좀 마시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카트를 갑자기 돌렸다. "앗!"
탕!
그녀의 비명과 함께 카트가 무엇에 부딪쳤다.
   "I'm sorry! (미안합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영어로 사과했다.
   "우! 잌스큐즈 미!" 남자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숙희는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카트를 얼른 돌려서 앞을 비켰다.
뒤에서 뭐라고 수근거리는데, 한국말 같았다.
숙희는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 통로를 벗어났다.
운진은 그녀가 황급히 멀어지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동네에 왜 있지?
그는 모친이 계란을 들고 돌아보는 것에 카트를 밀고 얼른 달려갔다. 장을 여기서 보나?
앜세사리 가게에서 나온 짐들을 추렄에 싣고 가서 내려준 그녀네 집은 여기 화원 동네에서 멀다. 동네도 운진의 부모네가 사는 데보다 좀 더 괜찮은 곳.
운진은 그 후로 그녀에 대해서 까맣게 잊었었다.
오늘 모친의 장을 봐다주고 나면 수영을 연락해서 만나기로 되어있다.
   이젠 뒤바뀌었다. 남자들끼리 만나서 얘기도 하고 술도 나누는 자리에 영진이 낀다. 오빠 따라 나간다 하면 집에서 암말도 안 한다고 하면서.
운진은 계산대로 가면서 아까 그 여자가 이미 주차장으로 나간 것을 봤다.
   진짜 키 크네. 체!... 몸매도 죽여주고. 흥...
운진은 그림의 떡이라고 여기고 말았다. 저런 여자는 또, 같은 한국 남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솔직히 상대가 안 되거든. 저런 여자는 거기도 커서 한국 남자가 맞나. 헐겁지.
운진은 모친이 돈을 하나씩 세는 것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김형더러 화원으로 오라고 할까?
   그래야겠다! 나가서 먹으면 돈만 자꾸 깨지고...
운진은 그러다가 진희를 너무 오래 안 본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병선이새끼가 기어오르는데? 
뭔 짓을 하나 지니를 오라 해서 알아봐야겠다!
   "엄마."
   "왜."
   "그, 저, 큰이모부네가 좀, 그래? 질이? 병선이새끼 닮아서 아무 것도 몰라?"
   "전부터 너한테 말할려고 했는데, 얘. 암만 사촌동생이라도 좀 멀리 해, 얘. 제부, 저기, 거기쪽 출신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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