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8-1x071 숙희의 고질병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 10:46

숙희의 고질병

   약을 가져온 그 다음날.
운진은 냉장고에 넣어 놓은 약봉지 중에서 하나를 또 꺼내 뜨거운 물에 중탕해서 데운다.
   숙희가 무엇이든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다 데우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숙희는 아침 대신 그 약을 한 컵 비웠다.
   "날 보약 먹여서 건강하게 하면 오운진이 손핸데? 나 기운 다시 차리면 태권도 실력 발휘할 거거든." 숙희는 그런 농담으로 운진의 수고를 대신하는데.
그리고 같은 날 저녁에도 숙희는 운진이 중탕해 준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을 이튿날 아침에 또 먹고 출근했는데.
그녀는 벌써 소변이 용이하게 나옴을 느꼈다.
다른 때처럼 변기를 타고 앉아서 찔끔찔끔 나오는 소변을 고통과 인내심으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소변끼를 느끼고 화장실로 갔더니
그녀는 그냥 힘 안 들이고 아랫배의 긴장만 풀면 소변이 저절로 거침없이 나왔다. 그것도 소변이 저들끼리 방광에서 나와 요도를 타고 줄줄 나오고는 뚝 그쳤다.
   '진짜 희한하네!'
숙희는 사람들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난 후부터 평생 소변을 시원하게 본 적이 없다. '그 약이 좋긴 좋은가?'

   그녀는 화원 안채로 퇴근해서 소변의 용이함을 발설하지 않았다.
그녀는 안채에 딸린 화장실에서도 똑같이 시원한 용변을 경험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앉아 무릎에 걸쳐진 바지 허리춤을 붙잡고 아무 힘없이 맞은벽을 쳐다보았는데.
소변이 줄줄 나왔다.
   평소처럼 찔끔찔끔거리며 요도를 아프게 했던 것이 아니라.
   소변끼를 참았다가 변기에 앉으면 첫 순간만 조금 나오고는 남은 소변끼가 없어질 때까지 심하면 일이분도 있어야 했는데.
   지어온 약을 먹은지 이제 겨우 삼일 만에 팬티를 내리고 변기 깔개에 앉으면 소변이 한번에 좍 나오고 요도 끝이 개운하다.
숙희는 화장지로 딲고는 눈 앞에 가져왔다.
희한한 것은 전처럼 화장지에 약간 노른끼가 묻은 것이 아니라 그냥 깨끗했다.
   '진짜 희한하네!'
그녀는 팬티와 바지를 경쾌하게 올렸다. '이젠 술 들어가도 안 뻗을래나?'
숙희는 운서언니로부터 팥밥을 선사받았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먹을 것을 주실 때 그 생긴 모양대로 섭취하면 몸에 다 좋다고 하신 거야. 숙희는 신장 즉 콩팥이 안 좋으니까 콩과 팥을 많이 섭취하라구."
숙희는 그 말 대목에서 하마터면 입에 들어간 밥을 웃음으로 내뿜을 뻔 했다.
   "옛날부터 정월 대보름에 잣을 많이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는 말 들었어?"
   "들은 거 같아요."
   "잣의 생긴 모양이 우리 눈 안에 든 그 뭐더라... 그 모양과 흡사하대잖아."
   "아아..."
   "이상한 말이 되겠지만, 아스파라가스란 채소 알아?"
   "안 먹어봤어요."
   "남자한테 좋대. 왜? 아스파라가스를 먹으면 그게 남자들 전립선을 싹 훑으고 지나가서 좋게 해 준대. 그리고, 석류술은 여자한테 뿐만 아니라 남자한테도 좋대."
   "언니네 그 석류술은, 그럼..."
   "그거 한잔 가득 딸아서 마시고 잠자리에 들면, 나만 그런가. 여자들 질이 촉촉해 지나 봐." 
   "에이..."
   "약 꼬박꼬박 먹고 있지?"
   "네!" 
숙희는 운진이 아침 저녁으로 약을 데워주는 것은 운서 언니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간 신장 다 좋아지고 나중에 자궁 좋아지는 약도 먹고 하면 애 숙쑥 낳고 다 좋아지겠지."
운서의 그 말이 숙희의 가슴을 친다. "근데 언니 동생이... 절 속상하게 해요."
   "약 다 먹고 좋아지면 그 때 따져 봐."
   "언니 보시기에 제가 매력 없어 보여요?"
   "숙희야 매력덩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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