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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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 12:17

   운진은 누이가 먼저 떠나고도 매장에 오래 남아있다가 화원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건물 앞 주차장에 하늘색 혼다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봤다. 그는 그 차가 평소와 다르게 주차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숙희는 가게 손님들에게 방해가 안 되려고 늘 뒷뜰 가까이 세우는데.
운진은 추렄에 타려다가 차 안을 들여다 봤다. "숙희씨?"
그 하늘색 혼다 차의 문 잠김 장치가 탈칵 하고 올라왔다.
운진은 그 차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숙희가 차에서 내려서는 두 팔을 위로 올리고 운진에게 털썩 기댔다.
   숙희에게는 확답을 줘야지!
   운진의 귓전에 누이의 말소리가 되살아났다. 
운진은 두 팔을 숙희에게 감쌌다. "어디. 펜실배니아 갔었어요?"
숙희는 운진의 어깨에 턱을 고이며 코를 훌쩍거렸다.
   거기 갔다가 뭐 안 좋은 일 있었구만!
운진은 숙희를 안은 팔에 힘을 좀 더 주었다. "만일 저를 못 기다리시겠으면, 숙희씨 좋으실 대로 하세요. 저로서는 지금 현재 숙희씨를 마구잡이로 아내 삼기도 뭣 하고. 그렇다고 숙희씨를 보내기도 뭣 하고. 그렇게 이기적인 욕심에 시간만 보내네요."
   "다른 여자들 만나잖아."
   "이제 그만 할 거예요."
   "여자들 갖고 장난해?"
   "솔직히... 숙희씨도 본마음이 나한테 있는 건지, 안 나타내잖아요."
   "내 본심?"
어디 멀리서 삘릴릴리 하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운진이 숙희를 떼고 화원문으로 부지런히 향했다.

   잠시 후.
운진과 숙희는 한의 냥반네 집에 와 있다.
   "특별히 신경써서 달였으니까, 꼭 시간 맞춰서 먹고. 만일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즉각 연락하라구. 예를 들면, 설사를 한다든지. 목이 뻣뻣하다든지."
   한의가 손짓으로 모숀도 보였다. "안 맞으면 다시 지어야 해."
숙희는 이 집 응접실의 바닥만 내려다 보고 있다.
이 집의 현관문이 밖으로부터 벌컥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운진의 고개가 무심코 그 방향으로 돌아갔다. "어?"
   "어? 오형 아냐?" 운진과 비슷한 년배로 보이는 남자가 손을 들어보였다.
그 옆에 체구가 늘씬한 처녀가 인사를 보내왔다. "미스타 오 오빠, 오랫만이네요?"
   "안녕, 하세요." 운진도 그녀에게 인사를 보냈다.
여자가 겉저고리를 벗으며 방문객들을 지나쳤다.
숙희는 괜히 그 여자를 훔쳐봤다.
   인사하는 품들이 지나치게 반갑고.
   그리고 전에 왔었을 때 한의 냥반이 한 의미있는 말도 기억나서.
   이렇게 예쁜 색시를 얻으려고, 그, 그랬구만 했던 말...
그 집 아들인 듯한 남자가 운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운진이 일어서서 악수를 했다. "가게에서 오는 길이야?"
   "쟤 차가 서서 가 데려오는 길이야. 쟤 차가 툭 하면 서거든."
그 집 아들의 말에 두 남자의 고개가 방금 여자가 사라진 복도로 향했다.
   "우리 그 가게는 팔았지."
   "오오..."
한의 냥반이 숙희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손짓했다. "아침 공복에 하나. 저녁에 또 하나. 그렇게 하루에 두번씩 복용해야 돼. 내가 미스타 오 때문에 특별히 달인 거야."
그 집 아들이 눈짓으로 숙희를 가리켰다. 누구냐고.
운진은 이 집 딸이 사라진 방향을 얼른 보고 그냥 식 웃었다.
그 집 아들이 운진의 팔뚝을 툭 쳤다.
운진은 또 한번 식 웃었다.
숙희는 그들의 그 제스처가 무슨 뜻일까 더욱 궁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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