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다른 서류들을 들여다 보다가 보쓰의 호출을 받고 갔다.
그가 퍀스 카피로 보이는 종이 한장을 얼른 받으라고 흔들었다.
그녀는 또 다른 작업 오다인가 하고 얼른 받았다. "엇? 비-에어라인?"
"They are mad at you. (그들은 당신에게 화 나 있소.)"
[나는 분석 결과를 냈을 뿐이예요.]
Their reviews and conclusions are totally off the orbit. And the analysis is off the lane.
그들의 조회와 결론들은 완전히 궤도 이탈임. 그리고 분석자는 차선을 벗어났음.
비-에어라인에서 아이에프티씨로 날아온 항의문이었다.
숙희는 그 카피한 것을 보쓰에게 돌려주었다.
"Cowards! (비겁자들!)"
숙희가 방을 나서며 던진 말이다.
그녀의 등 뒤로 채프먼의 동의적인 웃음소리가 날아왔다.
그녀는 기분이 또 상했다.
기껏 힘들여서 사업 분석을 해주었더니...
궤도를 벗어났다고 혹평을 하다니.
'태도가 저러면 회생하지 못하는데.'
그 날 오후.
숙희는 동료 사원들과 함께 회사 차량으로 비-에어라인으로 향했다.
그 항공사에서 컨퍼런스를 요청한 것이다.
"I have to remind you one more time, Sue. Let me handle this. Okay? (쑤, 다시 한번 귀띔하는 거지만. 내가 처리할께. 오케이?)"
그녀의 보쓰가 앞좌석에서 우정 뒤를 돌아가보며 숙희에게 하는 말이다. [당신은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 같아서...]
그 항공사는 소위 회의실이라는 데가 호화판이었다.
거의 모든 것이 전자동화되어 테이블 한군데서 단추만 누르면 그 무거운 대형 텔레비젼도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현황판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올라가고 등등.
게다가 방 안과 벽을 비추는 조명시설이 마치 아카데미 수상식장 같았다.
아이에프티씨 직원들은 왜 이 항공사가 앞으로는 남고 뒤로 적자인지를 알았다.
씨이오 양반이 아주 비싼 취미를 가지셨구만 하고.
항공사측에서는 부회장 선까지 회의에 참석했다.
풍채가 늠름하고 부티가 나는 남자들이 대여섯명 죽 앉고는 눈으로 누굴 찾는다.
그들의 시선이 숙희에게 머물면서 설마 하는 눈빛들이다.
설마 저 동양 여인이 뭘 잘 알아서 그런 식으로 분석평을 했으랴 하는.
오버헤드 프라젴트가 천장에서 내려왔다.
동시에 반대편 벽으로 스크린이 역시 천장에서 소리없이 내려왔다.
아이에프티씨 직원들도 회사가 나름대로 최신식 컨퍼런스 장비를 갖췄다고 자부하는데 이 항공사에 와서는 혀를 내둘렀을 지경이다.
아이에프티씨 측의 매네저 즉 숙희의 보쓰가 투명 플래스팈에다 프린트한 자료를 오버헤드 프라젴트에 깔았다. 그가 두어번 움직여서 글자들이 똑바로 서게 했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맞은편의 스크린으로 돌아갔다.
"The biggest burden of the company is the Union. (귀사의 가장 큰 부담이 노조.)"
그가 펜으로 어떤 금액 부위에 원을 그렸다. [물론 사원 복지와 혜택이 중요하지만, 다른 회사에 비해 너무 많은 비중의 노조 때문에 손실로 나가는 싴 페이(sick pay)는 어찌 보면 거의 고의적인 면이 없지 않다는... 평가.]
둘째로는 고객들의 러게지(luggage) 분실 클레임이 일등이라는 것. 노조의 대우가 최상인데 정작 그들의 업무 수행은 최저라는 판단.
셋째로는 왜 휘발유 구입에 대해서 입찰을 받지않고 가장 비싼 S 회사의 휘발유만 고집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
끝으로 동체가 그라운드 당한 비율이 타 회사에 비해 30% 즉 두 배라는 의문점 등등.
[당신들이야말로 궤도를 한참 벗어나서 항해를 하오.] 채프먼의 마지막 평이었다.
중역급들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몹시 못마땅해 하는 기색들이었다.
숙희는 저녁 때 화원에서 운진을 만나면 물어봐야지 하고 일체 입을 다물었다. 운진씬 틀림없이 그럴 거다!
바보들 아녜요? 비싸다고 다 좋은 휘발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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