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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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7. 08:07

   운진은 화원에서 학교로 바로 간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모친에게 가서 밥 달래 먹고 화원으로 곧장 온다. 그는 잠도 거기서 잔다.
   "아니, 아파트는 뒀다 뭐하고?" 그의 모친이 물었다. 
   책망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물었다.
   사실 아들이 좀 엉뚱하기는 하다.
   "그 놈의 아파트는 조금만 늦게 들어가면 차 댈 데가 없어서 길 가에다 대야 해. 게다가 비나 와 봐. 난 원래 우산 안 갖고 다니니 완전 젖지."
이 날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숙희는 비록 열발짝 걸으면 아파트 문에 들어서지만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그녀는 무의식 중의 습관처럼 억제 못하고 뒤를 돌아다 봤다.
오늘도 그 짙은 색의 추렄은 안 들어올 모양이다.
   이사갔나?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사하는 추렄이나 짐 실어나르는 걸 못 본 것 같은데.
그녀는 방 안에 들어서서부터 베란다 문을 통해 밖을 또 내다봤다.
   한숙희, 너 지금 뭐 하니?
   왜 남의 남자한테 관심이 많은데?
그녀는 커튼을 확 가렸다. 차라리 내다보지않으면 덜 궁금하겠지.
그녀는 문 마다 꽂혀있던 동네 차이니스 캐리아웃 메뉴를 찾았다.
거기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최소 10불 어치는 되어야 배달해 준다고. 그녀는 닭고기를 사천식으로 매콤하게 무친 것과 수프를 더해서 그 금액을 채웠다.
   가질러 갈 걸!
   그러면서 추렄 들어왔나 자연스레 볼 걸!
시킨 음식은 지나치게 굽신거리는 노인네에 의해서 배달되어왔다.
음식값에 세금 붙고 팁까지 주고 나니 13불이 나갔다.
그녀는 맨 바닥에 앉아서 음식을 먹다가 비로소 맞은편 벽에 텔레비젼 정도는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소파는 다음번 페이체크 나오면 접었다 폈다 하는 침대식을 사서 겸용으로 하고.
   방은 그냥 비워 둬.
그녀는 방이 싫다. 사방이 꽉 막혀서 갇힌 것 같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게다가 바람까지 합세했다.
비가 화원의 벽 높이 유리창을 때린다.
   '이번 비 그치면 낙엽들 다 지겠다.'
운진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단풍 구경 가자고 말을 꺼냈던 기억이.
   오, 제기! 오해하고 있겠다!
그는 화원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수영네 집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 난다. 전화 번호는 아파트 부엌 전화기 옆에 적혀있다. 그리고 전화했다가 그 집 아른들이 받기라도 하면...
   영진은 빗속을 뚫고 운전해서 운진의 아파트로 갔다.
그녀는 약간 화가 나 있다.
   그런 건 남자다운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미스타 오!
그녀는 그 말을 꼭 하리라고 수도 없이 연습한다. 그런 건 무뚝뚝한 남자와 달라요!
그녀는 그의 추렄이 안 보임에 저으기 실망했다.
   이 시간까지 학교에 있을 리는 없고.
   더 남아서 나머지 수업을 듣나?
영진은 내려서 문을 두드려 볼까 하는 충동과 싸운다. '참! 차를 바꿨을까?'
그래서 영진은 스무발짝 정도 비에 젖으며 뛰었다.
그녀가 두드린 그의 아파트 문은 응답이 없다.
그녀는 화가 더 난다.
그리고 그녀는 실망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팩 토라지며 그 문 앞을 떠났다.
그녀는 그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아무래도 진희한테 다시 가서...
그리고 진희랑 자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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