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하룻 새에 파크웨이의 정경이 확 달라졌음을 느꼈다.
우선 나무들이 그 아름다운 옷들을 거의 다 벗었다.
그리고 아스팔트는 젖은 잎들로 덮혔다.
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
혼자 지낼 겨울이 어떨까.
숙희는 앞에서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혼다차의 브레이크를 살며시 밟았다. 사고났나?
운진은 이 날 수업이 안 들어있다.
그래서 그는 아주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다.
그는 아파트에 가서 우편물도 보고 아침도 겸사겸사 먹기로 하고 화원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눈에 익은 외제 차가 앞에 와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미스 킴?
그 차에서는 수영이 내렸다. "여기 계신 걸 모르구."
"오, 김형! 웬일이요. 오랫만이네?"
운진은 수영에게 악수부터 청했다. "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아시구?"
"아파트에 가 보니까 느낌에 안 들어오는 거 같애."
"응? 하하하!"
"그래서 여기 와서 죽치자 하고 온 건대."
"근데, 차는?"
"영진이, 하고는... 왜. 뭐가 잘 안 돌아가우? 둘이 혹시 다퉜수?"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어저께... 집에 들어와서는 그럽디다. 미스타 오 다신 안 볼 거리구."
"왜,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지."
"왜! 지난 주 이후로는 못 만났는데."
"지난 주라면."
"우리 같이 보구는... 아, 그 다음에 하교길에 잠깐 들러서 보고는... 못 만났는데. 그리고는 날 안 만나주기로 한 건가... 내가 뭘 잘못했지?"
"그 다음에 만났을 때 다투거나 한 거는 아니구?"
"우리 둘 다 점수 못 올리면 낙제한다구... 서로 실망해서... 파이널 준비 잘 하자고."
운진은 고개를 계속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집에 빨리 가봐야 한다고 갔는데..."
"그럼, 혹시... 어저께, 아파트에 안 계셨었어? 오형?"
"이번 주는 죽 여기서..."
"그럼, 내가 여기 오자마자 딱 떠오른 생각처럼 영진이가 오형 여기 계신 걸 모르구 헛탕 치니까 화가 났나본데? 화원은 전혀 상상도 않고?"
"그것도 그렇고... 내 생각엔, 아마, 내가 단풍 구경을 말만 꺼내고 실행을 안 해서..."
"지금이 몇시지."
"열시 된 거 보고 나왔는데."
"지금이라도 어디 가까운 데 가면 안 될까? 오형 말대로 영진이가 그것 때문에 화난 것 같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이지. 그럼, 내가 아는 영진이는 금방 풀리는데."
"갈까, 그럼?"
"아무 데나 가지."
그런데, 영진이는 방문도 안 열어주었다.
"니가 오해한 거야, 영진아."
수영은 참 침착한 사나이다.
벌써 한시간 째 문 밖에서 동생을 타이른다. "화원에서 조용히 공부만 했다잖아."
운진은 저는 저렇게 못할 거라고 지레 실망한다. 저렇게 하면서까지는, 글쎄?
수영이 눈을 찔끔하며 물러섰다.
저리 가요, 저리 가.
그가 속삭이며 운진을 멀리 밀었다. 소리 들었어. 쟤 일어나는 소리.
두 남자가 리빙룸 소파 있는 데로 부지런히 가서 앉으니 영진이 방에서 나왔다.
그녀가 보이지마자 삭 사라졌다. 욕실로 들어간 것이다.
너 뭐 하는 거냐! 운진은 제 머리를 상상으로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