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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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7. 08:08

   "저 지피에이 삼 점 영 못 넘으면 미스타 오가 책임지세요."
   영진이 아주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오늘 아주 중요한 과목이 들었는데, 학교 못 갔잖아요."
그 말을 뒷좌석에 앉은 수영이 받았다. "아예 평생을 책임지지?"
   "오빠!"
   영진이 뒤에다 주먹을 들어보였다. "남자들은 그저, 응큼하게!"
운진은 버지니아로 통하는 벨트웨이를 영진의 비엠더블유 차로 운전한다. "여기 이 점 영 못 넘을까 봐 불안해 하는 사람 놔두고 삼 점 영 걱정을 합니까?"
   "미스타 오는 이 점 영 넘기세요. 저는 삼 점 영 넘어야 분이 풀려요."
   영진이 운진을 쥐어 박는 시늉을 했다. "암만 해도 만점짜리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애."
   "허이구... 남 속 타는 말씀 하시네."
운진의 그 말에 영진이 시트에다 몸을 부딪치며 깔깔깔 웃었다.
수영이 운진의 어깨를 슬쩍 건드렸다.
운진은 영진의 웃는 모습을 보며 수영에게로 눈만 보냈다.
   거 봐.
수영이 입술로 말했다. 가자고 하면 좋아할 거라고, 우리 그랬잖아.
운진은 영진을 보며 수영에게 알았다고 고개를 끄떡였다.
위도가 조금 아래라고 그런지 버지니아 주는 길 가에 단풍이 아직 남았다.
영진이 산을 보며 연신 오오 우우 하며 즐거워 한다.
남자들 눈에는 그게 그거 같고 산이 산이지 싶은데 여자에게는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운진은 옛날에 친척들이랑 지나가 본 쉐난도아 산맥을 생각하고 차의 시계를 봤다.
   에이, 관두자. 완주 못 할 바에는 시작을 말자.
   산만 타고 다니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던가.
운진은 점심 때가 훨씬 지난 것을 느꼈다. "어디, 점심을 경치 좋은 데서 합시다?"
아아아!
영진이 손뼉을 짝짝짝 쳤다.
그래서 그들의 차는 블루 마운틴이 마주 보이는 어느 마을로 들어섰다.

   "I think they are still cleaning up the mess since this morning. (아마 오늘 아침 이후의 그 엉망진창을 아직도 치우고 있을 거예요.)"
   제인이 수키에게 해 주는 말이다. [그것은 아주 잔인한 사고였어요.]
이 날 아침 파크웨이를 낮까지 가로 막았던 어떤 사고를 말하는 것이다. 수키가 그 사고가 난 후에 출근하다가 낮에 간신히 은행에 도달한.
수키가 경찰의 선심에 의해 한줄로 빼주는 데로 줄 맞추어 차를 몰면서 훔쳐본 사고 현장은 중장비차들과 소방차로 가려서 보지는 못했다.
다른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아침 뉴스에 나와서 다들 봤다는 것이다.
   [아마 그렇다면, 뉴 욬 애브뉴를 동쪽으로 가서 다른 벨트웨이로 빠지는 게 상책.]
   하워드가 두 여인의 대화에 끼었다. [나는 다행히 사고 전에 지나온 것 같소.]
수키는 출근하자마자 점심 브레이크 타임을 맞은 것이다.
직원들이 수키의 샌드위치를 구경한다.
   빨간색 뚜껑의 타파웨어에다가 대충 담아온 샌드위치를. 
   수키는 솔직히 여자치고 손놀림이 깔끔하지 못하다. 샌드위치도 식빵 두개에 양상추 두 닢 정도에 치즈에 런치 미트가 삐죽삐죽 나오게 대충 만든다. 
제인이 때로는 그것들을 다시 끄집어 내어 차곡차곡 개어서 예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특히 여직원들이 수키의 대충대충 꾸리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왜.
수키는 직원들의 웬만한 실수는 미소로 넘어가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 직원들 사이에 어떤 뜻 모를 암운이 깃돈다.
   은행 창립 이래로 단 한번의 결근 없이 일해오는 시니어 키-퍼슨 아줌마의 무단결근이다.
   감기 한번 안 걸리고, 눈이 허리까지 와서 길이 막혀도 어떻게든 출근하는 극성인데.
   집에 혼자 사는데 전화도 안 받고.
직원들은 불길한 예감을 애써 지우려고 차마 입도 못 연다. 
   그 시니어 키-퍼슨 아줌마도 파크웨이로 출퇴근을 한다고.
직원들은 말을 더 하면 더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될까 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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