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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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 07:48

   운진과 숙희는 많은 피서객 틈에 끼어서 보드워크를 걷는다.
이제 숙희는 운진의 손을 자연스럽게, 그것도 먼저 찾아서 잡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을 때마다 늘 느끼듯 한가지 의문점과 안도감이 든다.
   남자치고 손이 참 따뜻하다.
   따뜻한 것에 비하면 손은 거친데...
   "숙희씨 걸음에 힘이 들어 있네요."
   운진이 한참 걷다가 하는 말이다. "전에는 참 힘 없이 걸었는데."
   "나 걷는 걸 지켜본..."
   "여자분이 키는 커 갖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운진이 힘 없이 터벅터벅 걷는 시늉을 보였다.
숙희는 소리없이 웃었다.
   "신을 신켜주는데... 발은 큰데, 힘이 하나도 없어..."
   "참!"
   숙희는 운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운진씨가 여러 번에 걸쳐서 나한테 호의를 베풀었는데 여태 벼르기만 하고, 고마웠다는 말을 못했네?"
   "이제라도 늦지는 않았죠. 해 보세요."
   "와아! 그렇다고 강제로 받냐?"
   "늦게 고맙다고 하는 벌로..."
   "뭐야, 또."
   "뽀뽀해 주면 용서해 드리죠."
   "어이구!" 
   숙희가 운진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못 써! 선 보고 사귀고 하는 여자들 있으면서."
   "그런 거 하고 숙희씨가 고맙다고 뽀뽀 한번 해 주는 거 하고 상관이 없죠."
   "선 보고 사귀는 여자들 하고나 뽀뽀 실컷 해."
   "그런 여자들 하고 하는 뽀뽀 하고 숙희씨가 해 주는 뽀뽀 하고 질적으로 다르죠."
   "됐어."
   "제가 선 보고 사귀는 여자 있고 하는 게 숙희씨 신경을 건드려요?"
   "어이구?"
   "지난 호의 아니더라도... 숙희씨 저한테 뽀뽀 해 줄 용의 없어요?"
   "내가 사람들 있는 데서 뽀뽀할 수 있나 없나 테스트 하냐?"
   "오, you can?"
숙희는 걸음을 멈추었다. "진짜 꾼인가 보네?"
   "이것저것 다 그만두고라도, 우정으로 키쓰 한번 해 줄 수 없나 보죠?"
   "내가 뽀뽀 해주면, 그 다음은 뭔데?"
   "일단 해 주고 봐요."
   "와아!"
   숙희는 웃음이 나와서 돌아섰다. "내가 보긴 잘 봤네. 보통 꾼이 아냐. 조심해야지!"
그런데, 운진이 숙희의 잡힌 손을 잡아 당겼다.
숙희는 엇 하며 얼떨결에 운진을 향해 돌아섰다.
운진이 음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으로 숙희를 봤다.
   "뭘..."
   숙희는 주위를 얼른얼른 둘러봤다. "진짜 여기서, 하, 하라구?"
   "테스트 하냐면서요?"
   "치사하게."
   "지금 지나면 흥이 식을 거 같은데요?"
   "고맙다고 했으면 됐지, 뽀뽀씩이나."
   "뽀뽀하면 용서한다고 했잖아요."
   "용서는!" 숙희는 주먹을 보였다.
운진이 숙희의 그 손을 당겨서 둘은 배와 가슴이 맞닿았다.
숙희는 몹시 당황하고 긴장하며 운진의 눈과 입을 부지런히 훑어봤다.
운진은 숙희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그녀의 입술을 덮쳐 버렸다.
숙희는 놀란 척 빼려다가 아예 그의 목 뒤로 팔을 힘주어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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