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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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 07:43

   그리고... 
모두에게 한달이란 시간이 물처럼 흘렀다.
숙희는 로컬 방위 산업체의 비지네스 현황을 분석하는 일에 몰두했고.
운진은 바빠지는 계절을 맞이하면서 사람을 더 둬야했고.
영란은 멍투성이었던 얼굴이 가라앉으니 집에서 하는 술가게에 나와야 했고.
영진은 가을 학기에서 봄 학기로 바뀐 스케쥴 때문에 곧 닥쳐올 여름 방학 전에 때 아닌 파이널 준비로 바빠야 했고...
무엇보다도 메릴랜드 장로교회를 등졌던 교인들이 대거 되돌아왔다. 
그것에는 병선모의 입김이 강하게 통했다.
그녀에게는 아들 병선의 조름이 있었고.
병선에게는 사촌 형의 돌아오라는 부름이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7월 초에 최 장로가 집의 뒷뜰 풀장을 오픈하면서 교회 재부흥을 염원하는 기념으로 청장년회를 초대했던 것이다.
   정작 운진은 그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이번 세상에서 오운진이가 최영란과 물 속에서 만나 히히덕거리던 일이 안 벌어졌...
숙희는 운진이 가지 않으니 덩달아 안 갔다기 보다는 갈 명목이 당연히 없었다.
그녀는 첫 다려온 약을 마지막 봉지까지 먹고 났는데 효과를 보고 다음 약을 기다리는 동안 입맛이 돌아서 운진더러 어디 먹을 데 찾아서 가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살께."
   "그러면... 숙희씨, 씨푸드(seafood) 좋아하세요?"
   "어떤 거?"
   "예를 들자면, 게, 새우... 오이스터(oyster)."
   "어디. 저 앞 샤핑 센터의 씨푸드 레스토랑 같은 데?"
   "아뇨. 신문에 보니까 오션 씨티에 필립스라는 레스토랑이 생겼는데, 사람들이 크랩 미트 먹으러 거기까지 간답니다."
   "오션 씨티?"
   "가 봤어요?"
   "아니. 펜실배니아 살 때 칼리지 친구들이랑 뉴 저지 바닷가는 가 봤어도 오션 씨티는..."
그래서 둘은 말 나온 김에 가 보자고 운진의 추렄에 동승하고 출발했다.

   그들이 오션 씨티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운진은 벌판 같은 주차장에서 바다가 앞에 보이도록 차를 세웠다.
   "잠깐만요?"
   그가 숙희를 추렄에 남게 하고는 내렸다. "게으른 것이 때로는 덕을 보네요."
숙희는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그녀는 그가 게으른 덕이란 말의 뜻을 추렄에서 내리고 알았다.
그가 추렄 시트 뒤에 쑤셔박혔던 텐트를 꺼내어 짐칸에다가 설치한 것이다.
   "안 날라가?"
   "추렄 바닥에 호크가 있어요. 거기다 묶어서 안 날아가요."
   "바닥이 쇠잖아."
   "에어 매트레쓰. 전에 사촌 동생이랑 캠핑 다닐 때 산 건데, 그게 여태 이 안에 있었죠."
   "나더러 여기서 자라구?"
   "둘이 자기 뭐하면, 숙희씨는 트럭시트에서 자요. 난 텐트에서 잘테니."
   "바닷가는 모기 없어?"
   "여기는 있죠. 그러니 추렄 유리창을 다 올리고 자야 할 걸요? 공기 통하라고 조금 열면 그리로 모기가 사람 냄새 맡고 들어갈텐데."
   "그럼, 운진씨가 추렄에서 자. 내가 텐트에서 잘께."
   "그래요."
   운진이 숙희를 슬 훑어봤다. "무서울 텐데."
   "뭐야아!" 
   숙희는 운진을 툭 때렸다. "결국 한 텐트에서 자자고 유도하는 거잖아."
   "아니. 아이고, 참... 우리가 같이 누워 본 게 처음인 거처럼..."
   "그, 그래도 여긴 야왼데..."
   "누가 봐요?"
   "어머!" 
   숙희는 주위를 돌아보고는 운진의 등을 때렸다. "겁 주고 달래고!"
   "그리고 텐트 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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