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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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3. 07:44

   숙희는 파도 소리가 끊임없는 것에 젖어 들어간다.
그러기를 한참...
파도 소리에 섞여서 운진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바닥에는 입김으로 불어서 대충 부풀린 에어매트레쓰가 두 장 깔렸고, 그 중 바람이 많이 들어간 것을 숙희가 깔았다.
   숙희의 귀에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운진의 코 고는 소리.
   이 남자와 결혼해서 한 침대에 들면 이 코 고는 소리를 매일 들어야 한다...
   숙희는 행여 그가 잠 깰까봐 조심하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는 밖인데도 저 아래 질이 촉촉히 젖음을 느꼈다. 이상현상은 아니겠지.
혹간씩 바람이 스쳐가며 텐트의 상단부를 흔든다.
지퍼를 열어서 모기그물만 남기니 그리로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숙희는 어째 잠이 오지않을 것 같다.
   전혀 낯선 곳에 와 누웠는데, 낯설지가 않은 것은...
그녀는 팔을 가만히 뻗어서 운진의 어깨 중간쯤으로 감다가 바짝 붙었다. 나를 전혀 의식하지않는 거야, 아니면, 내 짐작대로 다른 여자가 있어서 나한테 선을 긋는 거야.
그러면서 나는 왜 곁에 있게 해?
그녀는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입에 술을 절대 대지않았다.
   전에는 주말이면 운진과 종종 술을 했었는데.
   그 때 종종 충동적으로 가지곤 했던 유혹 보다 지금은 더 진하고 구체적인 '젖음'이 이는데.
   이 남자는 진짜 대단한 꾼이거나 진짜 나를 아껴 두려는...
그녀는 어찌 하다가 잠이 들었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와 색 다른 파도 소리가 숙희의 귀를 어지럽혔다. 
그녀는 은근히 스며드는 한기를 느꼈다. 그녀는 동시에 어떤 보드라운 천의 감축을 느끼고는 몸을 도르르 말면서 그 천의 감촉 안에 숨었다.
그녀는 손가락만 움직여서 그 천이 뭔가 만져봤다. 잘은 모르겠는데, 이중으로 덮힌 타올.
   타올?
그녀는 눈을 뜨며 머리를 들었다. 나 혼자네?
그녀는 타올을 움켜쥐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사람 키 정도 길이의 비치 타올이 이중으로 겹쳐져서 그녀를 덮은 것이다.
그 때 땅의 작은 돌들을 밟으며 발소리가 텐트로 다가왔다.
   "운진씨?" 숙희는 잔뜩 긴장했다. 
   "녜. 마침 일어났군요."
숙희는 도로 누우려다가 상반신을 바로 세웠다.
   "날씨가 아주 좋네요. 나와 보시지..."
그의 말과 함께 그가 어떻게 하는지 텐트가 그러니까 추렄 뒷칸이 움찔거렸다.
숙희는 제 옷을 둘러봤다.
그녀도 이해 못 하는 한 가지 참 이상한 것은...
   왜 나는 자고 일어나면 옷들이 엉망이지?
   혹시 나 자는 새에 누가, 그러니까, 운진씨가 날 만지고 그러나?
그녀는 다 풀어진 셔츠 단추를 맨 위까지 꼭 채웠다. 
그리고 셔츠 뒤로 손을 넣어 비뚤어진 브래지어도 바로 폈다.
허걱!
그녀는 반바지 단추가 끌러진 것을 발견하고 놀랬다. 아무래도...
숙희는 운진이 의심스럽고, 그래서 나가기가 뭣하기 시작했다. 진짜 장난하나 본데?
   "텐트 치웁시다아... 사람들이 보는데에."
   "잠깐만."
그녀는 배를 홀쭉 당겨서 반바지 단추를 잠그고 머리를 매만졌다.
   키쓰 하는 사이면 보통 가벼운 페팅 정도도 하는 건가?
   내가 덤빌 때는 점잖게 피하고 하더니...
   요즘 내가 한번 잠들면 세상 모르고 자는데, 나 자는 동안 날 장난한 거 아냐?
   하긴 먼저 내가 토하고 기절했을 때, 내 가슴을 딲는다며 만지던 게 익숙하던데. 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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