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0-1x091 별거의 시작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0. 04:15

별거의 시작

   운진은 아내가 싸늘히 내뱉고 간 말을 그대로 될 거라고 믿어버렸다. 
   ‘내일부터 가게는 지네들이 열겠지. 형록이도 마침 없고. 잘 해 봐라.’          
운진은 총을 일부러 책상 위에 놓고 리빙룸으로 나갔다. 
거기서 얌천히 경찰을 기다리기로 했다.
경찰이건 누구건 총을 발견해서 제발 나 좀 끌고 가라고 빌었다. 
운진은 소파에 누워 지난 일들을 되뇌이며 분할 때 흘리는 그런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끌어온 결혼생활이 후회되고 아내가 뭇남자들과 성행위를 하는 상상을 하니 미치고 팔짝 뛰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여길 나가버리자! 다 없던 일로 하자!' 
운진은 벌떡 일어났다가 맥이 풀려 도로 눕고 잠을 청했다.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고 창문으로 불빛이 번쩍번쩍 비쳤다. 
   ‘경찰!’
운진은 몸을 소파에서 천천히 일으켰다.

   경찰은 가정 내의 사소한 다툼으로 처리하고 모두 돌아갔다. 
신기한 것 한 가지는 영란이나 영호가 경찰에게 총에 대한 언급을 하지않았다는 것. 
정작 경찰을 부른 영란은 은근히 겁이 났었다. 
남편이 몇년마다 한번씩 내 뿜는 불뚝같은 성질을 부리면 헤어지자 할 뿐만 아니라 근성으로 사람을 죽일 지 모른다. 
남편이 헤어지자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짓을 했지만 그래도 여동생을 건드렸다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되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부부간의 외도는 아닌 말로 사과나 합의로 결말 지을 수 있는데 형부와 처제 사이의 불륜은...
그래서 영란은 영호를 잡았다. “니가 나보고 경찰 부르라고 했잖아!”
   “그럼, 저 인간이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댔는데!”
   “니가 그럴 짓을 했지, 이놈아! 어딜, 그래도 매형인데 손찌검을 해!”
   “하래놓구선 왜 이래셔!”
   “닥쳐!”
운진은 아랫방에 있으면서 윗층에서 들려오는 남매의 말수작에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이제서야 저 여자의 본색이 슬슬 나오시는구만?'
이제는 안심하고 잠을 자도 되겠다 하고, 운진은 침대 위에 편안히 누웠다.

   이튿날 운진은 눈을 뜨자마자 무조건 집을 나섰다. 
남매가 가게를 열건 말건 이젠 파장난 마당에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아빠란 존재가 집안에 있는 지 없는 지 조차 관심이 없고. 아니. 
차라리 아빠란 사람이 집안에 있는 이유 조차도 모를 것이다. 
   ‘흥! 지 엄마 닮아서 아빠를 우습게 아는 애들.’ 
운진은 셀폰으로 영아의 셀폰을 걸었다. 
신호만 한참 가다가 메세지를 남기라는 녹음이 나왔다. 
   ‘안 받는군.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나 하려 했는데.’
셀폰을 접어 차 시트에 던졌는데 벨이 울렸다. 
얼른 집어서 발신인을 들여다 보니 영아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네, 저예요, 형부.”
   “오, 내가, 자는데 전화했지.”
   “네.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웬일이세요?”
   “오, 어쩌면 언니한테서 가게 나와 문 열으라는 연락이 갈 텐데. 미리 말하는 거야. 나, 집 나왔거든. 별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생각 좀 해 보려고.”
   “네에. 근데, 저 한테 전화하신 이유는, 그것 뿐이예요? 저보고 가게 보라구요?”
   “그건 처제 맘대로 해요. 난 그냥 미리 말했어. 처제가 알고 있으라고. 어떻게 돌아가나...”
운진은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했다. 언니가 나오라면 동생이니까 나간다.
   "어디 가실 데는 정하셨어요?"
   "아니. 일단 나와야 할 거 같아서."
   "언니랑... 헤어지시게요?"
   "아무래도 그렇게 안 되겠어,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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