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영아가 자꾸 밝은 데서 좀 보자는 것을 뿌리치고, 어서 가라고 차 지붕을 두드렸다.
'무슨 꿍꿍이들인지 일단은 얘기부터 해 보자!'
운진은 집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불이란 불은 모두 켜져있고, 영란이 리빙룸에 있다가 문 소리에 발딱 일어섰다. “왜 자기 혼자야?”
운진은 그녀의 말투가 왠지 자신없어할 때의 것처럼 들렸다.
그러다가 남편의 코가 긁힌 걸 보고는 어머머머머! 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쩌다 다쳤어, 자기!”
“당신이 시켜놓고 묻나? 누굴 병신으로 아나? 체!”
운진은 뒷문 쪽의 간이 화장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란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내가 뭐, 어째? 내가 뭘 시켜!”
운진은 화장실의 불을 켜고 거울부터 봤다. 아, 십할!
왼쪽 눈이 부었고 코가 이상했다. 피딱지를 가만히 떼어내며 자세히 보니 한쪽 콧구멍이 조금 째졌다.
‘재수없이. 하, 십할, 이거 흉질 텐데. 그래도 콧뼈가 안 나간 게 천만다행이다.’
운진은 종이를 물에 잔뜩 적셔들고 아랫방으로 갔다. 그리고 방 거울을 보며 얼굴에 새로 번진 피를 문대어 딲았다. 피가 얼기설기 묻은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지려는데 창 밖에서 차 한대가 불을 환히 켠 채 달려오는 게 보였다. ‘씨발놈, 오네!’
운진은 종이를 던지고 벽장으로 부지런히 갔다.
‘총! 총을 어디다 뒀더라!’
영호가 틀림없이 끝장을 보려 할 것이다.
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운진은 의자를 끌어다가 올라서서 벽장 위를 뒤졌다.
예전에 술가게에 강도가 들 우려를 대비해서 허가받고 구입한 총을 놔두었는데...
‘있다!’
가죽 케이스에 들은 총이 만져졌다. ‘이새끼! 가까이만 와 봐라! 쏴죽여버려야지!’
그가 총을 꺼내고 실탄을 점검하는데 밖이 소란해졌다.
아마 남매가 다투거나 아니면 둘이 합심해서 이 방으로 처들어올지 모른다.
운진은 잠겨진 문을 계속 보면서 총의 잠김 장치를 풀었다.
‘어디 둘이 같이 덤벼 보시지. 쌍놈의 여편네, 씨발놈의 처남새끼, 다 죽여버릴 거야! 그래, 우리 다 죽자! 챙피해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 애들도 나중에 알면 얼마나 미치겠어. 어떤 새끼가 애들도 죽이고 저도 죽으려 했다길래 미친새끼 했더니 이제야 그 심정을 알겠네. 그래, 그냥 우리 다 죽자!’
운진은 실탄을 장진한 총을 손에 쥐고 문으로 갔다.
그 때 문이 밖에서 벌컥 열리며 스크루 드라이버를 든 영호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총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영호의 얼굴은 더 엉망이었다.
아마 운진이 걷어찬 바람에 맞았는지 입술이 터지고 한쪽 볼따구니가 한주먹 부어 올랐다.
‘십할, 내가 잘 찼네! 꼬시다, 이새꺄!’
운진은 총을 꺼떡거려 영호로 하여금 드라이버를 던지게 했다.
그 뒤에 고개를 삐쭉 들이밀던 영란이 총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사라졌다.
“당신! 이리 와!” 운진은 소리를 질렀다.
영란이 살살와서 제 남동생 뒤에 숨었다.
“챌리엄마, 당신이 동생보고 나 치라고 시켰지! 엉?”
“아, 아니!” 영란이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하지 마! 아님, 이 자식이 나한테 무슨 감정이 있어서 가게로 돌아와서 날 치냐구! 내 얼굴 봐!”
“나 안 시켰어요! 생사람 잡고 그래, 왜!”
그녀가 앞에 선 남동생을 툭 쳤다. "너 영아기집애한테서 들었지!"
"아냐, 누나!"
"저 봐! 저 봐!"
영호와 운진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언니가 되어갖고 여동생을 저렇게 모르나?"
운진은 그래도 아이들이 보고 놀랠까 봐 걱정이 됐다. “이리 와! 이리로 가까이 오고 문 닫아! 애들 깨기전에. 영호! 너도 이리 와! 무릎 꿇어!”
영호가 총구만 보며 살살 와서 운진의 발치에 꿇어앉았다.
"백불 훔쳐서 형록이랑 술 먹고... 기분 좋냐?"
운진의 그 말에 영란이 야 하고 소리쳤다. "내가 돈 훔치지 말랬잖아!"
영호가 누이의 눈치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이것들이!" 영란이 소리치며 남편을 흘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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