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이 밖의 동정을 한번 살피고 들어와서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섰다.
운진은 책상에 걸터앉아 총을 허벅지에 올려놓고 말을 시작했다.
“어이, 최영호! 내가 누구야, 니 누나랑 사는 매형인데, 무슨 일인 지 알아보지도 않고 니 누나 편만 들어서 날 이렇게 쳐? 넌 니 누나가 밖에서 무슨 짓하고 다닌 지 알고나 있냐?"
영호의 눈은 저를 향한 총구에만 신경을 팔렸다.
"알고 있지?"
운진의 그 말에 영란이 코웃음쳤다. "본론이나 말해."
영호가 아마 누이의 그 말에 용기가 생겼나 매형을 흘끔 봤다.
“그래, 내 술 취한 바람에 니 동생이랑 실수했다. 그러면, 니 누나가 이놈 저놈하고 동침해서 지금 임신인데, 그건 어떡헐래? 그놈들 다 찾아 다니며 팰래? 패라, 내가 돈 줄께. 너 그렇게 쌈 잘해? 내가 너 하이어할께, 조가랑, 골프 선생이랑 가서 좀 좃나게 패고 와라.”
거기서 영란의 고개가 숙여졌다.
영호도 외면을 했다.
“내가 잘 했다는 거 아냐. 처제를 건드린 형부, 세상에 없지. 그러나! 그렇다고 마누라가 바람피고 다니니깐 그 복수로 여동생을 건드렸다고 뒤집어 씌우는데, 천만에, 영아가 나 술 취한 걸 알면서, 노(No)! 다 끝난 일, 더 왈가발가하지 말자구. 자, 어떻게 할 거야? 당신, 어떻게 할 거야? 응? 다 계획에 있었을 거 아냐. 당신 같은 사람이 계획도 없이 그 짓을 하고 다녔겠어?”
아무도 말이없다.
“영호, 너 형록이 보고 가게를 니가 인수하니까 딴 데 일자리 알아 보라고 했대매? 뭐야, 그게 느희들 계획이야? 날 내 쫓고, 느그들이 가게를 먹을려고? 응?”
운진은 총을 영호의 머리에 갖다댔다. “너 이리 사니까 지금 그 나이에도 부모 밑에서 젖이나 빨아먹고, 사십 넘은 그 나이에 노총각으로 사는 거야, 이 씨발놈아! 삥땅이나 치구! 총알이 아깝다, 씨발놈아! ”
"그 총은 쏠 거 아니면 내리지?" 영란이 조금 비웃듯 말했다.
운진은 핑게 김에 총구를 치웠다.
“최영란씨!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요? 이새끼 저새끼하고 바람 실컷 피다가, 십할, 임신되니까, 몇년씩이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남편을 침실로 끌어들여? 아, 씨팔, 입에 올리기도 챙피하네. 나란 놈은 또 대준다니까 좋아서 헥헥거려댔지.”
"대주긴 뭘 대줘!" 영란이 새삼 남동생 민망해서 소리쳤다.
운진은 책상에 올라앉았다.
“다 관두자구. 이런 짓도 뭐 정인지 나발인지, 십할, 남았어야 따지구 자시구 뭐할 건덕지나 있지. 당신, 남편이 살아 있음에도 이미 이 남자 저 남자하고 창녀처럼 그 짓하고 다녔는데, 이제 헤어지면 아주 까 놓고 다니면서 온 동네 새끼들 홀리겠구만. 날 홀려서 결혼했듯이. 안 봐도 눈에 선하네. 그러다가 코 꿰니까 건물 준다 가게 준다로 무마하려 들고.”
비로소 영란이 입을 열었다. “허이구우, 듣자듣자하니까, 지 혼자 잘나빠졌구만. 처제를 꼬셔서 욕 뵌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다구! 내가 바람폈다는, 증거 있어? 누가 증인 슨대? 놀구 있네, 진짜. 이혼 이유가 아내가 바람 피워서인가 보지? 증거 없이?”
“그렇겠지이!”
운진은 웃었다. “처제를 건드린 증거만 있고?”
“당연하지! 그것도 술 먹고 강간했지? 침댓보가 그 증거지?”
“뭐라구? 뭐, 이런 것들이 있지?”
운진은 영아의 말에서 배신감을 가졌다. 치웠다더니.
“이런 것들? 얻다 대고 이런 것들이래! 총 들이대면, 우리가 무서워서 싹싹 빌 줄 알았나 부지? 쏘라 해도 못 쏠 주제에, 총 들고 코메디하나? 뭐, 총알이 아까워! 우린, 너랑 이런 말 주고 받는 것 조차도 아깝다! 잘 됐네! 처제를 강간하고, 처남을 때리고, 그걸 따지는 아내에게 총 들이대고, 아주 사형 선고를 부르느만! 미친 새끼! 가자!”
영란이 영호를 잡아일으켜 방을 나갔다.
운진은 손에 쥐어진 총을 내려다봤다. ‘쏘라 해도 못 쏠 주제라...’
게다가 아내가 남편을 미친 새끼라고 불렀다.
운진은 같이 대놓고 욕하고 싶었다.
그는 그러나 참았다. 왜?
군자인 척 하느라고? 아니.
처제도 정조를 버려가며 한통속으로 작전에 임한 건지 아직은 몰라서.
쏘라 해도 못 쏠 주제에 총을 휘둘렀으니 이제 그 여파가 어찌 돌아갈 지 운진은 암담하다.
운진은 너무나 억울하고 기가 막혀 흑흑거리고 울었다.
하고 싶다면 아내고 애들이고 다 쏴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싶은데,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런 부모 만나서 사랑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사는데, 게다가 부모가 이혼까지 하고, 사회에 나가 어떻게 기를 펴고 사나...
게다가 아비란 자가 이모와 불륜을 맺었으니 그건 또 어떻게 받아들일 지 앞이 캄캄하다.
나 하나 없어지면 지들끼리 잘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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