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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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0. 06:23

   오션 씨티에서 돌아 온 숙희는 입은 옷차림에 핸드백만 들고 집에서 내쫓겼다. 아니. 
그녀는 가출을 감행했다. 그녀의 모친이 그 자와의 결혼얘기를 없던 일로 하던가 아니면 나가라는 호령을 했을 때 숙희는 나가는 걸로 선택했다. 
그녀의 부친은 간곡히 말리고, 그녀의 모친이 그 때 남편더러도 당장 나가라고 등을 떠다 밀었다. 설마 제 까짓게 나가겠느냐, 나가라 하면 겁을 먹고 잘못했다고 빌 줄 알았는데. 
숙희는 당당히 나가죠! 했다. 
그것에 화가 난 그녀의 모친이 숙희의 기를 죽이려고 지금 당장 그대로 나가라고 했을 때, 숙희는 들어서던 그 차림 그대로 돌아섰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출을 택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내쫓겼다. 그리고 그녀는 부친이 그 때 에잇 하고 나간 것이 두 분의 이혼으로 번진 것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숙희 그녀는 그 길로 나가 우선은 아는 동료네 집에서 며칠 묵다가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다. 
그리고 집과는 발을 딱 끊었다. 
동생 공희하고만 어쩌다가 통화를 했다.
그 외 집에서 직장으로 전화가 오면 숙희는 대화를 거절했다. 
그녀는 오로지 일에만 열심히 매달렸다.
그녀는 그 때 이 후로 은행장 알트가 시키는 부정한 일 외에도 부사장 제프에게서 은행업무에 대해 배우며 배우자가 있는 그와 간혹 통정도 서슴치 않았다.
운진과의 결합이 안 된 것도 안 된 것이지만, 그 때 모친의 진실된 색깔을 본 것에 정 떨어져 어차피 피를 안 나눈 가족과 등을 졌다. 친모도 반대했다 쳐도 계모의 반대는 그 받는 감정이 다른 것이다. 
반항이라고 놀리겠지만, 숙희는 그 때를 기회로 평생 독신을 택했다.
   그러나 숙희는 그 후로도 해마다 노동절날이 오면 휴가를 받아 오션 씨티의 그 모텔의 그 방을 달래서 며칠씩 혼자 묵었던 것이다. 그가 올까 안 올까 기다리는 것은 처음 두해만 가슴이 설레였었고, 그 이후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치 정해놓은 스케쥴처럼.
그녀가 일에 전념하는 만큼 승진이 따랐고, 봉급도 따라 오르면서 생활이 윤택해지기 시작했고, 따라서 그녀는 혼자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최면에 젖어서...
그리고 차차 나이 먹어가는 그녀를 알트는 퇴기로 몰아버렸다. 즉 그녀는 소위 성상납 같은 것을 차차 안 하는데.
그녀는 대신 보쓰인 알트의 펜실배니아 주 한 별장에 들어앉게 되었다.
근 20년을 그녀는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그 20년 동안 운진은 숙희를 잊으려고 애쓰는 노력만큼 가게에다 정성을 쏟았다.
큰애가 팔삭칠삭동이인 것도 아랑곳 않고, 작은애가 태어났어도 들여다 볼 시간 여유 없이 눈 뜨면 가게에 나가서 하루 종일 술을 팔고 밤 열시 열한시면 집에 와서 녹초가 된 몸을 뉘이기 바쁘게 잠이 들고...
그는 발악이었다.
돈이 처음에는 답답하게 모이더니 한번 불어나기 시작한 돈은 저절로 늘어났다.
돈. 
운진은 돈에 한이 맺힌 것이다.
숙희네는 그 당시 비록 가짜 장신구이지만 금은방을 할 정도로 돈이 많았고, 그녀의 모친은 기억하건대 교회에서 여전도회 평생 회장이었지 싶다. 돈 때문이었다. 
그 집이 부자였고, 숙희모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놀이를 하였으니 일단 빌려쓰고 이자를 무는 이들은 자연히 찬성표를 던졌던 것이다.
반면 입은 걸어도 남의 집 흉경사에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인심을 얻은 운진모는 그 놈의 돈 때문에 번번히 회장 선거에서 낙방을 맛보았던 것이다. 물론 정인도 돈을 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얻는 감투가 뭐 좋을까 봐 해서 또 남편 상현이 만류해서 져주었던 것이다. 
그러한 철천지 원수 두 여인네의 자녀가 서로 좋다고 결혼을 허락 받으려 했으니 자식들의 미래보다는 자존심들이 허락치 않아 그토록 생굿으로 반대를 한 것이었다.
훗날 정인의 여동생 영인이 돈힘 아닌 믿음으로 여전도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매자는 다른 교회로 옮겼다...
 
   운진이 다른 가게를 꾸며 두 차례 사고 팔고 하더니 거기서 얻은 이득금을 투자해서 처갓집의 술가게를 현재의 대규모 가게로 번성시켰고, 차액으로만 기십만 불을 턱 던져주니 영란은 남편이 발가락도 빨으라면 빨았다. 
영란부는 사위의 능력과 재주에 홀딱 반해서 그저 사위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응했다. 영란모는 단 한번도 사위를 사위로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위가 재주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덕분에 그녀는 자기네 집에서 장녀인 것 답게 돈으로 친척을 휘둘렀다.
   결국은 돈이 인생들까지도 좌지우지하는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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