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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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0. 06:21

   숙희의 모친은 인사를 하지도 않고, 인사를 받지도 않았다. 
되려 딸의 손목을 비틀어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감생신! 어디를 함부로 넘봐! 가자!” 매자는 딸의 손목을 사정없이 잡아 끌었다.
   “뭐가 어째!” 
   운진의 모친도 발끈해서 일어섰다. “그 에미에 그 딸년이구만! 어디서 못 배쳐 먹은 년이 어디 남자의 몸에 손찌검을 해! 어쩐지이! 싸가지 없는 에미니까 저런 싸가지 없는 딸년이 나왔지! 못된 년 같으니라구! 에이, 쌍년!”
남편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리고, 뭐? 영감생신? 영감생신이 아니라 언감생심이야, 이 무식아!" 정인이 그 말 끝에 웃음을 터뜨렸다.
운진은 테이블에 머리를 팔로 고이고 치솟아 오르는 화를 참느라 어금니를 질근질근 씹었다. 숙희와의 결혼은 둘째 치고, 집과의 관계에 혐오감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안 될 거라고 했지, 이 여자야!
어느 세상을 가나 우리 주위의 인간들은 안 바뀐다. 다만 우리만 헛고생 할 뿐... 
몇발자국 끌려가던 숙희는 모친의 손을 뿌리치고 차라리 앞장 서서 나갔다. 
운진이 말마무리를 지으려고 숙희를 쫓아 가려는데 그의 모친이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넌 쓸개도 없니, 이놈아! 저런 몰상식한 것들 하고 결혼? 에구, 참 내애!"
숙희모가 한판 붙을 기세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돌아왔다.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루 주둥일 놀려!”
   “니년의 아가리는 잘났냐!” 운진의 모친도 맞붙을 기세로 나섰다.
결국 남자들이 뜯어 말리고 각각 갈 길로 헤어졌다. 
두 모친네 모두 한결같이,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저것과 결혼 못 해! 하고, 이를 갈았다.
남편들은 여편네들이 왜 저리 철천지 원수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생난리를 피는지 그들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나 보다고 추측했다.

   여름이 왔다.
여름이 갔다. 아니. 
여름의 끝자락인 그 9월이 왔다.
운진은 숙희를 차차 잊어 갔는데, 숙희는 나날이 고문이고 고통이었다.
   미 노동절날은 늘 월요일이며 늘 연휴일이다. 
숙희가 운진을 집으로 찾아왔다. 
그의 모친이 문전에서부터 숙희에게 또 상스런 욕을 해댔다. 
운진은 모친의 붙잡는 팔을 뿌리치고 나섰다. 
둘은 오션 씨티로 가서 H 모텔의 꼭대기층 방에 들었다. 
   “우리, 포토맥 강변 모텔에 들었었을 때, 용기들이 없었어요. 아마, 서로를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서로 사랑하지않나 봐요.” 
숙희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운진더러 그녀를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운진이 갑자기 설득적으로 나왔다. 
서로를 가지고 확인하는 것은 좋은데, 만일의 경우 두 사람의 결혼이 성사 보지 못 하고 안 좋은 결과로 끝나게 됐을 때, 그렇게 됐을 때, 여자인 숙희는 순결만 잃게 되는 것이며 다음 남자에게 죄가 된다고 그렇게 나왔다. 
숙희는 시간을 두고 양가 부모를 설득시켜 합의 하에 결혼하자고 애원하는 운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마음을 접었다. 갑자기 요랬다 조랬다하는 그에게 실망해서였다. 
   “그러면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기로 해요. 몇년이고. 그러다 만나면 그 때 우리 촛불만 켜 놓고라도 예식을 올려요. 그 때 절 가지세요.” 
그녀의 그 말에 운진은 집에 도착하도록 대꾸를 안 했다. 왜.
그녀의 그 말은 어느 쪽 부모도 자식에게 양보를 안 할 텐데 빤한 걸 갖고 사탕발림처럼 구실 붙이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판국에 둘이 한몸이 되었다 해도 양쪽 부모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숙희는 그의 집 앞에서 헤어지며 안녕 소리도 안 했다. 
그녀는 사실 결심이 굳게 서 있었다. 집에서는 두 가지의 선택만 줄 것이다. 
없던 일 아니면 나가라.
그녀는 나가라면 나가서라도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리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집 동네로 돌아온 직후 영란에게 연락을 취하고 청혼을 했다. 
영란이 한마디로 허락했다. 
그리고 그 날로 운진과 영란은 두번째로 하나가 되었다. 
둘이 하나가 된 장소는 운진의 고의성으로 인해 포토맼 강이 내다보이는 그 호텔방에서였다.
숙희와 물구경만 하다가 나왔던 그 방에서 영란과 하나가 되므로써 그는 변심을 한 것이었다.
   능숙하게 셐스에 응하는 영란을 신나게 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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