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온지 사흘째, 운진은 영란에게서 전화가 없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내, 너, 그럴 줄 알았지! 이제 아예 존가 하는 새끼 데려다 놓지?’
화요일 오후, 운진은 미리 전화해 놓은 변호사를 만나 이혼에 대한 상담을 의뢰하고, 가게에서 거래하는 은행을 찾아갔다.
그는 신원증명으로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잔고 이만불에서 만불을 현찰로 찾았다.
마침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은행원이 문을 걸어 잠궜다가 운진을 내보냈다.
그 때 운진의 주머니에 든 셀폰이 울었다. 꺼내보니 가게번호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운진은 받을까말까 하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자기! 어디야, 자기!” 영란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였다.
“무슨 일로 전화했는데?”
“자기 나간 거야? 말도 없이?”
“새삼스럽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릴 하고 있어! 경찰을 부른 게 누군데! 쩟!”
“경찰은 영호가 불렀고, 난 아냐! 둘이 싸웠잖아!”
“둘러대지 마! 끝끝내 그렇게 나와, 엉? 끝끝내! 에이, 더러운 여편네 같으니라구!”
“자기가 긇게 말해두, 나 할 말 없어. 그러니 일단 돌아와요, 응? 얘기를 해, 나랑. 그렇게 나가 버리면 나 보고 이 일을 다 어쩌라구!”
“당신 식구 다 불러서 해. 처제랑 처남이랑 친정 식구 다 부르라구.”
“영아년은 안 나온대! 나쁜 년! 그리고 복권 찍는 아줌마가 나갔어. 그래서 내가 찍는데, 계속 틀려.”
“그래서!”
“자기! 정말 끝을 이렇게 맺을 거야?”
거기서 운진은 전화기를 접어 끊었다.
일초. 이초. 삼초. 벨이 다시 울었다. 또 가게번호다.
운진은 그것을 무시하고 영아에게 전화를 했다. “가게 안 나가나 보지, 처제?”
“네.”
“응. 저번 날은 나갈 것처럼 말하길래.”
“저, 지금 친구 집으로 피신 중이예요.”
“응? 왜?”
“오빠가 절 죽인대요.”
“이런! 어딘지 모르지만, 가 있을 만한 곳이야?”
“네. 혼자된 친구가 하나 있어요. 지금 그리로 가는 길이예요.”
“처제가 나 땜에…”
“아니예요. 그런 생각은 절대, 제가 형부를, 저기, 엄마랑 아빠도 대판 붙었어요.”
"나 때문이겠군?"
"아뇨!"
“...”
“아빠는 언니를 야단치시고, 엄마는 형부 한푼도 주지 말고 내쫓으라고 난리고, 오빤 혹 가게가 지몫이 될까 해서 날뛰고. 가관들이예요.”
“건물은 팔 거야.”
“가게는요?”
“가겐... 내 이름으로 돼있으니깐, 글쎄, 반씩 가르겠지, 뭐.”
“집은, 두 분 이름으로 돼있죠?”
“응. 집은 아마 팔아야 될 걸? 이혼한 걸 알면 몰게지 회사에서 아마 집 차지하는 이의 수입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거야, 아마. 그럼 자동적으로 팔아야지. 몰라, 나두. 얼마 전 아는 사람이 이혼을 했는데, 남자가 집을 차지하니까 은행에서 가만 있더래. 다른 사람 경우는 남자가 집 페에먼트를 안고 나갔지, 아마.”
“형부는, 이름을 빼실 거예요?”
“그래야겠지?”
“그럼, 팔아야죠, 뭐.”
“지금 어디 쯤 가고 있는데, 처제?”
“친구가 버지니아 살아요.”
“어이구, 제법 머네?”
"그래야 절 못 찾죠."
"챌리엄마가 모르는 곳이어야 할텐데..."
"형분 어디 계세요?"
"친정. 오랫만에, 핑게 김에,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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