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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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1. 03:46

   다른 사람들이 쑤를 보고는 히히히 웃었다.
그 매네저가 그녀를 원더 워먼이라고 부른 데에는 또 다른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었다.
첫째 회사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쑤는 마지막까지 남지 절대 잘려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둘째 그녀가 곧 칼을 휘두르면 감원대상들은 그대로 다 잘려나갈 것이라는 것.
셋째 그녀가 부사장 제프와 스캔들이 터진 바람에 은행장의 노여움을 사 현재는 마치 퇴기처럼 회사 제 2 빌딩에서 인사일이나 보고 있지만 알트가 그녀를 다시 불러들이면 옛날처럼 굉장한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것 등등으로 해서 그녀를 비꼬는 의미도 들었지만 잘 버텨 나간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그녀를 원더 워먼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마치 불사조처럼 다들 그녀는 죽었다 한 상황에서 회복되어 재등장한 관록 때문도 있다. 
은행장 알트가 그녀를 어떤 큰손에게 제물로 바쳤을 때 그녀는 가서 무슨 일을 당했는 지 온 몸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 그것도 혼수상태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웬만한 남자라도 그 꼴로는 회생하지 못 할 텐데 그녀는 알트의 별장에서 한 스패니시 여인의 극진한 간호로 살아났던 것이다.   
   어쨌거나 모두들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쑤와 사이가 벌어져서는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어 신규임용이 허락될 때 곤란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겉으로는 엄살들을 부렸다.
쑤의 위치가 그 정도인 것이다.
쑤는 품에 안은 서류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댔다. 그녀도 본사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였다. 본사라 해봐야 그녀가 은행장의 눈 밖에 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말이 곧 법이었는데.
   숙희는 회의실을 나와 방으로 향하며 설이가 마지막 테입을 끊고 입사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9월. 
두달 후인 11월에 신년예산이 적용된다. 그 때부터는 신규채용은 완전 동결되고 각 부서별로 현재 인원에서 13프로씩 감원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원바람이 불면 꼭 땡쓰기빙 데이가 시기적 고비로 잡힌다. 그 날 전에 감원을 하느냐 아니면 명절을 쉬고 나서 자르느냐 하는 고민이 항상 그 때쯤이면 생겨난다. 
어쨌든 본사에서 내려온 감원비율을 전달했기 때문에 각 부서는 빠른 시일 내에 감원대상을 추려서 인사부서로 보내야 하고, 인사부서는 올라온 명단에다 나갈 날짜를 통고해야 한다.
   ‘거기에 설이가 끼지 말아야 할 텐데. 걔의 보스가 누군 지 몰라도 행여 인종 차별을 내세워 동양인인 설이를 감원대상에 넣으면 곤란한데. 내가 입김을 불어 넣을 수도 없고. 그럴 수는 있지만...’ 
쑤가 사무실을 들어서는데 비서 로레인이 손을 흔들었다. 
   “Jeff wants you to come to his conference room. (제프가 자기 회의실로 오길 원해.)”
   "Got it!"
쑤는 바로 돌아서 나갔다.
제프는 총 부서에서 무조건 13프로를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실적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부서는 아예 이번 참에 없애버리라는 지시였다. 그렇다면 세일즈 부서의 매니저급도 몇 명이 철퇴를 맞는다. 아니.
그녀를 늘 빙글거리는 눈웃음으로 대하는 세일즈 부장을 잘라야 한다.
그리고 쑤는 말 듣지 않기 위해 자기의 비서 둘 중 하나를 치워야 한다. 
두 여자 중 한 여자는 백인 할머니인데, 일년만 더 근무하면 정년 퇴직을 한다. 그 여자를 지금 치우면 그녀는 남은 일년을 어디 딴 데가서 채우지도 못한다. 그건 좀 모진 짓이다. 
또 한 여자는 역시 백인 여자인데, 굉장히 부지런하고 싹싹하다. 서류정리를 참 잘해준다.
   ‘헛참! 누구를 자른단 말인가?’
앞서 언급한 나이든 여인은 쑤에게 별로 상쾌하지 않다. 백인들 특유의 오만함이 배인 여인이며 비록 쑤가 동양인이라도 직책이 VP급이라 감히 어쩌지 못 하고 지시에 응하가기는 하는데, 듣자 하니 뒤에서 흉을 많이 본다고. 
또 한 여자는 대신 실수를 잘 하는 흠이 있다.
숙희는 그런 고민이 싫다.
차라리 둘 다 없애고 아예 새 비서를 구해?
가만! 설이를? 아니. 
내 일의 모든 것을 설이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지.
자랑할 필요도 없다. 
은행에 몸 담은지 20 여년, 인사과를 좌우하고 심지어 빌딩 전체의 모든 인사문제를 쑤의 손에서 결정하는데, 그 정도의 파워가 있고 실력과 공정성을 인정 받아 얼마 남지않은 은퇴 시기까지 탄탄대로인데...
그런데..
갑자기 알게 된 설이 때문에 요즘 숙희는 어떤 혼란에 빠져있다.
   그 남자를 먼 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미움이 좀 가시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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