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1-7x10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1. 03:44

   숙희는 솔직히 설이가 부담되었다. 
우선 그녀는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소문 때문에 설이가 걸린다.
또 설이가 옛 생각을 자극한다고 모르는 사람인 척 할 수는 없는 일. 그러나 그의 가족의 소식을 듣는다면 애써 지우려는 옛기억을 되살아 나게 할 것이다.  
먼젓번에 운서언니와 그의 모친을 만나는 바람에 혼란이 오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의 모친이 찬물을 끼얹어 주는 바람에 냉정해질 수 있었다. 
설이를 또 보면 걔들이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 데려갔던 일이 기억날 것이고, 그러면, 뱅글뱅글도는 기구를 탔다가 그가 어지럼증에 토했던...
숙희는 그 옛날 한 에피소드가 기억나서 그만 복도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의 기억이 났다. 그러나 숙희는 애써 기억을 털어냈다. 
   ‘아, 한번 기억이 나기 시작하면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돌아가는데! 설이를 만난 것이 실수야! 그냥 하이만 하고 말 걸! 이제 설이가 집에 가면 운서 언니한테 오늘의 일을 말할 테고, 그러면 운서 언니는 옛정에 자기 딸에게 잘해주려 하는 줄로 알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바랄 것이다. 내일부터는 좀 더 자제를 해야겠다!’ 
   사무실로 돌아온 숙희는 잠 재워 놓은 컴퓨터를 다시 깨웠다. 
그 새 두 통의 e-메일이 들어와 있다. 하나는 교육예정표를 결재해 달라는 편지이고, 또 하나는 각 부처에서 올라온 몇몇 모범사원의 승진추천과 봉급인상에 대한 회람이었다.
숙희는 교육예정표를 조금 수정한 후 되돌려 보냈다.
이어 그녀가 몇군데의 e-메일에 부지런히 답장을 보내고 화장실에 갔다 오고 나니 회의에 들어갈 시간이 됐다. 소위 부장급 이상만 모이는 회의는 분위기가 늘 무겁다. 
거기서 다루는 안건들도 늘 부담되고 비중이 크다. 
감원.
아무도 말을 먼저 못 꺼내고 서로 눈치들만 보는데, 경비 부장이 입을 열었다. “We froze new hiring. (우린 신입사원 모집을 동결시켰오.)”
   “That’s one good idea!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요!)” 누군가가 동의를 했다.  
숙희는 암말 않고 본사에서 온 e-메일 프린트 한 것을 펼쳤다. 
그리고 그녀는 숫자를 불러 주었다. “13 percent. (십삼프로.)”
   “Why thirteen! (하필이면 십삼!)” 
   경비부장이 대꾸했다. "That's bad number! (그것 나쁜 번혼데!)"
미국 사람들은 숫자 중 미신적으로 13을 제일 싫어한다. 
몇몇 사람이 쿡쿡쿡 웃었다.
   “I hate to say this, but it’s from the Corporate. So we have to reply at least this Friday? What do you think? (나도 이런 말 하는 게 싫지만, 이건 본사에서 온 거요. 그래서 적어도 이번 금요일까지 회신을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들 생각해요?)” 쑤는 그 말을 일부러 빠르게 했다.
아무도 숙희에게 대답이 없다. 
인사부장인 쑤가 본사에서 내려온 사항을 전달하기는 했는데, 그 포괄적 비율인 13 퍼센트만 밝혔을 뿐 대상이 어디까지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감원 하면 가장 먼저 떠는 이들이 매네저 급들이다. 
어떤 기업이건 예산삭감이나 감원을 실행할 때는 돈이 어디로 새는가를 가장 먼저 조사하고 그것이 인건비인 지 운영비인 지 파악한 후 어떻게 하면 절약할 수 있는 지 그 해당 부서에 지시를 내리지 않는가...
모두들 앞만 내려다 보고 있는데, 이 곳 전체 부책임자인 제프가 회의실 탁자를 조용히 두드렸다.    
   “This Friday is the dead line, all right? So Sue will get your plans by Friday. And I believe Sue will give me a copy before you send them to Corporate? And I want everyone in this room to do me a favor. This is off the record. No one else outside this room is not supposed to know about the budget cut until they approve. (이번 금요일이 마감이요, 좋소? 그래서 수는 금요일까지 당신들의 계획을 받을 것이요. 그리고 수는 그 계획을 본사에 보내기 전에 나한테 카피를 한장 줄테고? 그리고 이 방안에 있는 여러분에게 부탁을 한가지 합시다. 이것은 극비요. 이 방 바깥의 어떤 사람도 그들이-본사-결재할 때까지 예산 삭감에 대해 알아선 안 돼오.)”
그런 다음 제프가 먼저 일어서고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씩 뭉기적거리며 일어섰다.
세일즈 담당 부장이 숙희에게 두 손을 치켜 들었다. “Wonder woman! (원더 워먼!)”
그러나 쑤는 그의 그 말에 웃지 않았다.
그의 그 말은 그녀에게 달리 들려왔다. 즉 그녀에 대해서 잘 앎으로 던진 일종의 비꼼이었다. 즉 네가 본사에 쑤셔서 감원 명령을 받아냈고, 그걸로 널 잘 알고 부담 되는 이들을 자르려는 거지 하듯...
그리고 만일 감원의 철퇴를 휘두른다면 이제 법이 생겨나서 전화 세일즈를 못 하는 세일즈 부서를 가장 먼저 칠 것이었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1 11-9x109  (0) 2024.08.11
pt.1 11-8x108  (0) 2024.08.11
pt.1 11-6x106  (0) 2024.08.11
pt.1 11-5x105  (0) 2024.08.10
pt.1 11-4x104  (0) 202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