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1

pt.1 12-6x116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1. 03:57

   “니 아빠도 아닌데, 왜 찾어! 그 나쁜 인간을!”
   “Is it true he ran away with im-mo? (그가 이모와 도망한 게 사실이야?)”
아이의 그 질문에 영란은 대답을 얼른 못 했다. 
   ‘영호새끼! 그, 개새끼네, 여러가지로.’
영란은 힘들여 몸을 일으켰다. 
   “이리 와 봐, 채리야.”
아이가 조심조심 다가와 침대 끝에 섰다.
영란은 딸의 손을 찾아 잡고 말했다. “아빠가 엄마를 배신했어. 날 비츠레이(배반) 했다구. 그래서 엄마가 아빠를 내보냈는데, 그냥 간 게 아니고 이모를 납치해 갔어.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 지, 삼춘 들어오라 해서 오면 으논할 거야.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얼른 학교나 가. 니네두 개학했잖아.”
   “I was gonna ask dad about my schedule. (아빠한테 내 시간표에 대해 물으려 했어.)”
   “아빠가 뭘 알아! 니가 알아서 해.”
   “No! He told me to try to get extra credit on each class. So I can finish one semester early. (아냐! 그가 나 보고 추가 크레딧을 따려고 해 보라고 했어. 그래서 한 학기 일찍 끝낼 수 있게.)”
   “그냥 레귤라(Regular: 정상적)로 해. 힘들게 왜 그렇게 할랴구 그래.”
   “So I can be independent from this house fast. (그래야 빨리 이 집에서 독립을 하지.)”  
그 말을 남기고 아이가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영란은 아이의 말도 말이지만, 남편이 언제 딸 아이와 얘기를 했단 말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게다가 이제 대학 일 학년짜리한테 벌써 독립하라고 가르쳤단 말인가? 미친 인간!’
챌리가 다시 방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He’s not answering his cellphone! (그는 셀폰을 응답 안 해!)”
영란은 전날 남편의 전화기에서 들리던 잡음을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는 그의 전화가 끊겼다. 
그의 욱 하는 성질에 어쩌면, 영란의 짐작이 맞는다면, 전화기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엄마가, 엄마는 싫지만, 널 위해서, 계속 연락할께, 넌 얼른 학교 가.”
   “오케이. 땡스, 맘!”
아이가 그 말에 좋아서 가버렸다.
영란은 도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영란이 다시 깬 때는 언제 돌아왔는지 챌리가 흔들어서였다.
   “Mom, did you contact dad? (아빠와 연락했어, 엄마?)”
영란은 생각도 없이 거짓말로 들러댔다. “으, 응.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래.” 
   “What? You are lying! (뭐라고? 거짓말하고 있어!)” 
   챌리가 팩 했다. “You are a liar! That’s why he left you!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그래서 아빠가 엄마를 떠났어!)” 
챌리가 그 말을 내뱉고 엄마가 채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방문을 부서져라 닫았다. 
   ‘아니, 쟤가! 아니, 언제부터 아빠라고 따랐어? 지 아빠는 따로 있는 걸 알고 또 만났으면서! ’ 
영란은 힘들어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 먹이든 지 뭘 하든 지 아이들 저녁을 먹여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 인간이 언제 또 쟬 꼬셔놨지?
그나저나 작은애가 얼마 전부터 아예 입을 닫고 산다. 
한창 사춘기 때인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기니 바로 영향이 있는 모양이다. 
영란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랫층으로 내려온 후에야 작은애가 여섯시가 다 되어가는데 학교에서 안 돌아온 것을 알았다. 키미는 어린 것 같아서 셀폰을 아직 주지 않았다. 다른 집 아이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채리! 채리 집에 있어?"
   "..." 
아무도 대답을 않는다.
영란은 영호가 행여 또 남편 방에 있나 하고 그 곳을 들여다 봤다. 
영호는 그 안에 없었다.
   "채리야아!" 
영란은 크게 부르고는 그 힘에 부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 먹은 게 없어서겠지만 두 애 임신했을 때와 너무 다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만졌다. 설마 자궁이 만져졌을까, 뭐가 동그란 것이 딱딱하게 만져졌다.
그녀는 힘 주어 일어나려다가 아 하는 비명이 터지며 도로 주저앉았다.
   만삭 때도 어려움 없이 일어서고 앉고 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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